[현장EN:]'서울체크인' 김태호 PD가 밝힌 #이효리 #홀로서기 #K-예능

티빙 오리지널 '서울체크인' 김태호 PD 온라인 기자간담회
MBC 퇴사 후 첫 예능 "이효리가 콘텐츠…리얼과 공감 집중"
"낯선 서울 속 이효리 고민들에서 위로와 공감, 힐링 기대"
"직업병 있지만 PD 개입 최소화…다른 콘텐츠들도 구상 중"
"OTT는 예능 글로벌 진출 기회…창작자들에겐 편하다"
"MBC와 이별한 이유? 지금 아니면 후회할 것 같아서"

티빙 오리지널 '서울체크인' 김태호 PD. 티빙 제공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 김태호 PD가 티빙 오리지널 '서울체크인'으로 홀로서기에 나섰다.

가수 이효리의 서울 방문기를 그린 '서울체크인'은 공개 당일부터 티빙 전체 콘텐츠 중 유료 가입 기여 1위를 기록했다. 친정 MBC를 떠났지만 손만 대면 '국민 예능'을 탄생 시켰던 김태호 PD의 저력은 여전했다.

8일 오후 4시 공개를 앞둔 '서울체크인'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담기게 될까. 후배들과 함께 독립한 김태호 PD는 익숙했던 제작진 주도의 예능이 아니라 주인공의 '리얼함'과 시청자 '공감'에 집중했다. 다음은 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김태호 PD와 나눈 일문일답.

Q 많은 스타들 중에서 이효리와 함께 '서울체크인'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A 이효리씨가 저희를 선택한 거다. (웃음) 사실 이효리씨 자체가 큰 콘텐츠다. 카메라만 드려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담아낼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재밌다'는 시청자 평이 이효리의 힘인 것 같다. 저희가 보기에는 정말 '핫'하고 트렌디한 이미지인데 서울에 대해 어색해 하고 '혼자만 다른 것 같다'며 외로움을 표현하는 모습이 새롭게 보였다. 이를 부각해 보려고 했다. 이효리씨가 변해가는 서울에서 느낀 감정이 서울 야경과 교차될 때 더 쓸쓸해 보였다. 이효리씨가 서울의 누군가 집에서 하룻밤을 묵는다는 숙소 개념 체크인이 아니라 그냥 서울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이미 또 하나의 체크인이 될 것 같았다.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야겠다는 생각도 강해졌다.

Q OTT 플랫폼인 티빙과의 작업 소감이 궁금하다. 창작자 입장에서 달라진 지점이 있나

A 일단 MBC 퇴사하고 OTT 작업하면서 가장 달라진 건 일요일 아침에 시청률 통보 받던 문자 없이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이다. 매주 방송을 내야 되면 가끔 시간이나 기획이 부족해 미흡함이 드러나는 콘텐츠가 있을 수도 있다. OTT 작업에서는 이를 보완할 시간이 있다는 게 만족스럽다. 대중을 상대로 콘텐츠를 제작해와서 연령별 소비 방식에 대한 데이터가 없었다가 명확한 타깃층을 공략해야 되니까 저희가 더 뾰족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 장르 자율성도 높아졌다. 시청자를 향한 진정성은 똑같지만 창작자가 원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하기에는 제작진 입장에서 OTT가 편하지 않나 생각한다.

Q '놀면 뭐하니?' 이후 또 이효리와 장기적으로 작업한 소감이 궁금하다

A 이효리씨는 솔직하고 자기 감정 표현에 꾸밈이 없다. 그래서 작업할 때 일 처리 속도가 빠르다. 훨씬 '쿨'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궁금한 건 바로 바로 표현하고, 몰랐던 건 받아들이고, 저희가 닮고 싶은 솔직함과 리얼함이 있다. 이런 저런 제안을 많이 해주시고 고민도 많이 해주신다. 우리가 이게 가능할 지 고민하고 있으면 본인이 먼저 장애물을 없애주는 경향이 있다.
 
티빙 제공
Q '서울체크인'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A 이효리씨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이지만 똑같은 감정을 갖고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이효리도 저렇게 생각한다는 거다. 'MAMA' 참석 후에 이효리씨가 느끼는 서울에 대한 낯선 감정이 특이했다. 그날 엄정화씨에게 고민 나누면서 위로 받던 모습이 저런 친구나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공감을 주는 것 같다. 이제 선보일 내용에도 나도 저런 고민 있는데 들어줬으면 싶은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나만 외롭고 혼자인 게 아니라는 공감과 연대, 대한민국 서울에서 살아가면서, 혹은 방문하면서 느끼는 공통적인 감정들로 작게 나마 위로와 힐링이 됐으면 한다.

Q 기존에 해왔던 예능 제작 방식과 달라진 점도 있을까. 버라이어티보다는 리얼리티에 가까운데. 파일럿과 다르게 정규 프로그램에서 변화가 있다면 궁금하다.

A 파일럿을 하고 나서 제가 그동안 해왔던 예능적인 구성보다 리얼하게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제작진이 개입을 많이 하거나 의도가 보이는 장치를 넣지 않고 관찰자 입장에서 따라가고 있다. 이효리씨를 원하고 부르는 곳이 많아서 실제 1~2주마다 서울에 올라오는 일이 있더라. 그럴 때마다 일상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그 이상 담아내려고 노력 중이다. 직업병이긴 한데 자막이든 현장 멘트든 개입을 하고 싶은 순간이 있을 수 있다. 이걸 자제하는 게 쉽지 않지만 이효리씨가 의식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상당히 촬영 사이즈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이효리씨가 점점 더 편해지고 리얼하게 본인의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Q 예능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성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

A 과거에는 MC와 제가 소통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제 이름이 들어가는 순간, 시청자들에게 선입견을 주는 경우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자로서 저는 버라이어티, 리얼리티, 시트콤 등 다양하게 하고 싶은데 각자 생각하시는 제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 보니 오해가 있을 수도 있더라. 이번에는 이효리씨만 보이도록 아예 제 이름과 존재를 가리려고 했다. 이효리씨와 함께 하는 작품은 이효리씨 자체가 재밌는 콘텐츠라 줄이려 한 거다. 상황에 따라 개입이 많은 콘텐츠를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콘텐츠와 출연자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포인트다.

티빙 오리지널 '서울체크인' 김태호 PD. 티빙 제공
Q 앞으로의 '서울체크인'은 어떤 게스트와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 '체크인' 할 수도 있을지


A 지금 5회 정도까지 분량을 찍었다. 대부분 이효리씨가 만나고 싶거나 만나야 하는 분들과 시간을 내서 보는 식이다. 제주도의 일반인 친구분들도 함께 올라오셔서 작업을 했다. '이런 친구들이 있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음 보는 이효리씨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2주 전 유튜브 라이브 통해서 김완선씨가 객석에 있는 관객들이 그립다며 공연 약속을 하기도 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관객들과 공연을 함께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버스 하나로 가수들이 다니면서 전국 시청자들과 관객들을 만나자고. 이걸로 '서울체크인'과 다른 콘텐츠를 준비해서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서울체크인' 단어 조합이 충분히 확장성이 있다. 누군가 어떤 장소를 방문하는 자체가 재밌는 콘텐츠가 된다고 판단하는 순간, 저는 또 다른 것도 진행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Q 최근 K팝이나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예능 역시 OTT를 통해 글로벌한 진출을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A 드라마나 음악 등 우리 콘텐츠들이 정말 전 세계에서 일상적인 문화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스크립트가 없는' 장르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높은 주목을 받을 타이밍이 온 것 같아서 뿌듯하고 기쁘다. 요즘 PD들과 함께 대화하면 글로벌하게 뭐가 통용되는지 고민한다. 시장의 이 같은 변화가 예능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예능이 하나의 뉘앙스와 문화가 바탕이 되면 자막만 보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예능들의 특이점과 경향성을 보면 '더빙'이 가능한 예능이더라. 접근성을 높이면서 전략적인 콘텐츠를 만들면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재밌는 예능이 해외에서 재밌다고 평가 받는 게 예측이 쉽지는 않다. 글로벌하게 OTT를 통해 시청자 대면 기회를 갖고 그 데이터를 축적해 활용하면 어떨까 싶다. 올 가을, 내년까지 저도 글로벌하게 접근할 콘텐츠를 고민 중이다.

Q 방송사를 떠나 OTT까지 왔다. 콘텐츠 창작자로서 어떤 여정을 이어나갈 예정인지

A MBC를 사랑하지만 이별을 택한 이유는 10년 넘게 같은 프로그램을 한 경우도 있고, ('놀면 뭐하니?'를) 새로 시작해서 2~3년 동안 느꼈던 게 시청자 변화가 달랐다. 이전에도 많은 외부 유혹이 있었지만 그 때는 달콤해 보이지 않았는데 재작년부터 콘텐츠 시장에 일어난 큰 변화를 직접 체험해보지 않으면 후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해 8월 이후에 이 선택을 하고 나서 지금까지 후회한 적은 없다. 6개월 동안 배운 게 지난 20년 배웠던 것보다 더 많은 것 같다. 오늘의 제가 그 때보다 성장했다고 확신할 수 있다.

새로운 콘텐츠를 해보겠다고 할 때는 제 꿈도 있었지만 저와 함께 일하던 후배들의 많은 고민들도 담겨 있었던 결정이다. 저는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랑과 혜택을 받은 PD이지만 후배들은 저보다 재능이 많은데 기회가 없어서 안타까웠다. 요즘 후배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다. OTT가 성장하면서 어느 한 쪽이 축소된다는 개념보다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는 방법이 많아졌고, 그 변화에 맞춰 예능 PD들도 적합하게 시청자들을 찾아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OTT들 사이에서 창작자들이 자기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멋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시대를 한 번 만들어보도록 노력하겠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