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가 끝나는 날 모두가 웃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봄의 축제 포스트시즌 준비에 분주하지만 아쉬움 속에 한 시즌을 마무리해야 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 SK와 수원 kt가 2021-2022시즌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1-2위를 차지해 나란히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가운데 안양 KGC인삼공사, 울산 현대모비스, 고양 오리온,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6강행 티켓을 차지했다.
반면, 창원 LG(24승29패)는 7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원주 DB(22승31패), 전주 KCC(21승32패)는 나란히 8-9위에 머물렀다. 한때 가드 왕국으로 불리며 KBL 대표 명문 구단으로 이름을 날렸던 서울 삼성은 시즌 10승도 채우지 못하고 최하위(9승44패)에 그쳤다.
LG는 2019년 이후 첫 봄 농구를 꿈 꿨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지갑을 열고 이재도와 이관희라는 몸값 13억원의 백코트를 구성했다. 간판 김시래를 삼성으로 이적시키고 영입한 빅맨 김준일도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김준일이 개막전에서 부상을 당해 시즌아웃 판정을 받으면서 LG의 구상도 틀어졌다.
LG는 1라운드를 2승7패로 출발했다. 이후 승률이 꾸준히 나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준일의 부상에서 비롯된 1라운드 부진이 뼈아팠다.
아셈 마레이는 타 구단이 군침을 흘릴 정도로 매력적인 외국인선수였다. 특히 골밑 장악력이 강했다. 하지만 LG는 마레이를 도울 또 한 명의 외국인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이재도와 이관희의 파괴력은 예상만큼 크지 않았다. LG는 두 선수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즌 내내 많은 고민을 했다. 전반적으로 효율이 좋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대목은 빠른 공격 전환에 능한 백코트를 구축하고도 팀 속공 부문에서 8위(평균 9.5점)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장점이 될 팀 컬러를 잘 살리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4라운드부터 6라운드까지 26경기에서 평균 10.2점, 5.8리바운드를 기록한 신인 이승우를 발굴한 것은 올 시즌이 남긴 소득이다. 이 기간 전체 신인 선수 중 최다득점으로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DB는 정규리그 8위에 그치면서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 한 허웅의 커리어 최고 시즌을 낭비하고 말았다.
허웅은 시즌 평균 16.6득점, 4.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DB의 간판 스타로 활약했다.
하지만 11월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얀테 메이튼의 공백이 뼈아팠다. 이후 DB는 들쑥날쑥한 행보를 보였다.
조니 오브라이언트가 가세했고 두경민과 유니폼을 바꿔 입은 강상재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DB 코칭스태프는 김종규를 포함한 빅맨진의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찾지 못했다.
1년 전 MVP 송교창을 배출하며 챔피언결정전에도 올랐던 KCC는 9위에 머물렀다.
의미있는 기록은 많이 나왔다. 전창진 감독은 KBL 역대 두 번째 통산 500승을 달성했고 라건아는 KBL 역사상 가장 많은 리바운드를 잡은 선수가 됐다. 이정현은 528경기 연속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다만 성적이 아쉬웠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뚜렷한 전력 보강 없이 새 시즌을 맞이했지만 송교창이 초반 손가락 부상을 당한 후 장기 결장하면서 팀 전력이 크게 흔들렸다. 공수를 책임져야 했던 라건아는 체력이 떨어져 예전만큼의 지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DB와 KCC는 분주한 비시즌을 보낼 전망이다. DB에서는 간판 스타 허웅이, KCC에서는 베테랑 이정현이 올해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얻는다. FA 시장에서의 행보가 매우 중요한 두 팀이다.
삼성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개막 전부터 코로나19가 선수단을 덮쳐 시즌 준비에 악영향을 끼쳤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제아 힉스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의 초반 부상이 이어졌다.
게다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천기범이 불명예 은퇴했고 이상민 감독이 자진 사퇴하면서 팀 분위기가 더욱 어두워졌다.
이후 이규섭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이원석, 전형준 등 유망주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면서 삼성은 리빌딩 모드로 시즌을 마무리 했다. 베테랑 포인트가드 김시래는 시즌 막판 개인 통산 첫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삼성의 성적은 9승45패. 팀당 54경기 체제에서 두자릿수 승리를 채우지 못한 팀이 나온 것은 2005-2006시즌 인천 전자랜드 이후 처음이다.
5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삼성에게는 유망주의 성장과 더불어 획기적인 전력 강화 방안이 필요해보인다. 대어급 FA가 많은 비시즌에 과연 통 큰 투자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