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드민턴 전설의 일침 "언제까지 이용대가 간판이어야 하나"

한국 배드민턴 간판 이용대가 5일 '2022 코리아오픈 선수권대회' 남자 복식 1회전 경기를 펼치고 있다. 순천=대한배드민턴협회

'2022 코리아오픈 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개막한 5일 전남 순천시 팔마체육관.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배드민턴연맹(BWF) 슈퍼 500 등급 대회로 코로나19 때문에 2019년 이후 3년 만에 개최됐다.

대회 첫날 한국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여자 단식 김가은(삼성생명), 이세연(새마을금고)과 남자 단식 김동훈(밀양시청), 남자 복식 진용(요넥스)-나성승(국군체육부대), 혼합 복식 강민혁(삼성생명)-백하나(새마을금고),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 신태양-장예나(이상 김천시청) 등이 16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여자 복식 간판 김소영(인천국제공항)-공희용(전북은행)과 이소희-신승찬(이상 인천국제공항)은 코로나19 여파로 기권해야 했다. 덕분에 다크호스 정나은-김혜정(삼성생명)은 부전승으로 8강에 자동으로 오르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여자 단식 에이스 안세영(삼성생명)은 6일 첫 경기를 치른다.

한국 배드민턴이 낳은 최고 스타 이용대(34·요넥스)도 첫날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소속팀 후배 김재현과 나선 남자 복식 1회전에서 김재환(인천국제공항)-김영혁(국군체육부대)에 0 대 2(10-21 13-21)로 졌다. 이 대회에서만 통산 6번이나 우승한 이용대임을 감안하면 아쉬운 탈락이다.

하지만 경기 후 이용대의 표정은 어둡지만은 않았다. 이용대는 "21살 후배와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면서 "국가대표 후배들이 너무 잘 해서 이기기가 쉽지 않았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이어 이용대는 "국가대표들과 훈련을 해왔다면 경기력이 어느 정도 올라왔겠지만 현재는 실업 코리아리그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훈련량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이용대의 요넥스는 지난달 27일 '2022 DB그룹 배드민턴 코리안리그' 남자부 결승에서 밀양시청을 누르고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지난달 27일 2022 DB그룹 배드민턴 코리안리그 남자부 결승전에서 밀양시청을 누르고 우승한 요넥스 이용대가 기뻐하는 모습.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그러면서 이용대는 이번 대회에 대한 부담감도 털어놨다. 이용대는 "3년 만에 열리는 코리아오픈이라 관심이 많았는데 1회전에서 떨어져 아쉽다"면서도 "하지만 이제 35살로 우승 후보도 아닌데 언제까지 이용대가 간판으로 나서야 하는지 이제 내려놓고도 싶다"고 말했다.

이용대는 14년 전인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이효정과 혼합 복식 금메달을 따내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금메달 실력에 윙크 세리머니까지 연예인 뺨 치는 외모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2012 런던올림픽 남자 복식 동메달을 따내는 등 세계 랭킹 1위로 군림했다.

하지만 한국 배드민턴은 이용대 이후 스타 계보가 끊기다시피 한 상황이다. 여자 복식이 꾸준히 성적을 내고 단식에서 안세영이 나왔지만 남자부에서는 세계 수준에 근접한 선수들이 부족하다.

그동안 간판 역할을 해온 이용대도 이런 현실이 안타깝고 부담스럽다. 이용대는 "국가대표로 뛰면서 엄청난 부담감이 있었다"면서 "빨리 후배들이 잘해줬으면 하는데 태극 마크를 내려놓은 뒤에도 자꾸 내가 회자되는 게 아쉽다"고 짚었다.

한국 배드민턴의 세대 교체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용대는 "국가대표팀에서 선배들이 이끄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이후 대거 은퇴를 하면서 후배들이 배울 언덕이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당시 대한배드민턴협회는 30세 이상 선수들에 대해 대표팀 자격을 제한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용대가 5일 '2022 코리아오픈 배드민턴선수권대회' 개막일 팬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순천=노컷뉴스


후배들의 정신력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이용대는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이 있겠지만 요즘 후배들은 간절한 승부욕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지면 열이 받아 잠도 못 잤는데 요즘은 경쟁이 없다 보니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세계 1위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국내에서만 만족한다"는 것이다.

어느덧 이용대도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지난해부터 이용대는 소속팀의 플레잉 코치로 뛰고 있다. 이용대는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해줬는데 이기면 기분이 좋더라"면서 "현재 소속팀에도 진용 등 어린 선수들이 있는데 잘 지도해서 좋은 선수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국가대표도 맡아 제 2의 이용대를 길러보는 것도 꿈"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친 이용대가 체육관을 빠져나가자 기다렸다는 듯 팬들이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아직까지도 이용대는 한국 배드민턴의 최고 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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