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관 돌연 사의 왜…"개인적 판단" 확대 해석 경계

3월 대선 이후 검찰 고위 간부 사표 첫 사례
"역할 끝났다고 판단…검찰 조직 정상화 기대"
검찰 고위직들 '술렁'…"줄사퇴 기류는 성급"
'친정부' 인사들 자진 사퇴 가능성 일축 알려져

연합뉴스

5일 갑자기 들려온 조남관 법무연수원장(57·사법연수원 24기)의 사퇴 소식은 순간 고위급 검찰 간부들을 긴장시켰다. 조 원장의 사퇴 소식이 알려지자 검찰 내부에서는 고위직들의 대규모 사퇴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까지 등장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검찰 고위급 간부 '사퇴 1호'가 조 원장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법조계 인사는 전무했다. 조 원장은 최근 언론에서 차기 검찰총장 유력 후보로 자주 등장하는 등 새 정부에서 중용될 것으로 예상됐던 대표적 인사였다.

조 원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검찰을 떠나면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27년여 동안 정들었던 검사 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사퇴 의사를 공식화 했다.

이어 "그동안 애정과 신뢰를 준 선·후배 검사와 수사관, 실무관 등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며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족함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로움이 없다)의 마음으로 작별인사를 대신한다"고 글을 마쳤다.

검찰 일각에서는 조 원장이 인용한 '지족불욕 지지불태'란 도덕경 구절을 놓고 다른 검찰 고위급들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조 원장이 새 정부 검찰 인사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 총대를 멘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조 원장은 자신의 사퇴를 두고 난무하는 해석을 전부 부인했다. 조 원장은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때가 되어 사직한 것이고 (검찰 내부에서의) 제 역할은 끝난 것으로 판단했다. 주변과 상의는 전혀 없었고 개인적인 결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소회를 묻자 "그동안 검찰이 너무 혼란스러웠는데 앞으로 좀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별한 계획은 없고 좀 쉴 예정이다. 훌륭한 후배들이 검찰을 잘 지켜주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사퇴에 어떤 정치적 함의를 담는 것에 선을 그은 것이다. 지인들은 조 원장이 지난해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건강에 문제까지 생긴 이후로 사직을 심각하게 고민해왔었다고 말한다.

조 원장의 사퇴가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의 '연쇄 퇴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는 새 정부 인사를 위한 고위급 간부의 진퇴를 논하기 너무 이른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사를 둘러싼 검찰 고위직들의 최근 인식 변화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과거와 달리 퇴진을 암시하는 인사 앞에서도 검찰 고위직들이 사퇴 없이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김오수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고검장, 심재철 남부지검장 등 이른바 '친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인사들 역시 대부분 자진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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