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즌은 새로운 설렘과 함께 시작한다. 팬을 설레게 하는 요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개막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다.
2021-2022시즌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는 비시즌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정규리그 MVP 출신 두경민은 원주 DB를 떠나 대구 한국가스공사로 이적하면서 강상재와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창원 LG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큰 손을 자처하며 이재도와 이관희의 백코트를 구성했다.
이관희를 앞세운 LG 백코트와 한국가스공사의 두경민-김낙현 백코트의 장외 설전은 농구 팬의 관심을 끌었다. 이관희가 시작한 이후 서로 "우리가 최고의 가드진"이라며 도발과 자극을 주고 받았는데 흥미로운 건 그들 사이에는 뚜렷한 친분이 없었다.
장외 신경전은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보기 드물다. 자칫 선을 넘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선을 넘지 않으면서 마음껏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들 덕분에 LG와 한국가스공사의 시즌 여섯 번의 맞대결을 특히 더 재밌게 봤다는 농구 팬이 많다.
결과적으로 두경민과 김낙현이 웃었다. 한국가스공사가 대구 프랜차이즈 정착 첫 시즌에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해낸 반면, LG는 연봉 총합 '13억원' 백코트를 구성하고도 정규리그를 7위로 마쳤다.
개막을 앞두고 열린 신인드래프트도 시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각 구단은 시즌 초반부터 신인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이들은 즉시전력감으로서 팬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이번 시즌에는 서울 삼성의 1순위 신인 이원석(8.6점 4.1리바운드)을 필두로 수원 kt 하윤기(7.5점 4.7리바운드), 고양 오리온 이정현(9.7점 2.7어시스트), 창원 LG 이승우(7.0점 4.2리바운드) 등 4명이 평균 20분 이상의 출전시간을 부여받으며 팀에 기여했다.
한 시즌에 4명 이상의 신인 선수가 평균 20분 이상을 소화한 것은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 이대성이 등장했던 2013-2014시즌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하윤기는 폭발적인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명장면을 연출하며 농구 팬을 즐겁게 했다. 또 kt의 아킬레스건으로 평가받았던 빅맨 포지션을 잘 채우며 팀이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는데 기여했다.
그럼에도 이들 가운데 신인왕이 나온다고 보장하기는 어렵다. 강력한 2년차 경쟁자가 있기 때문이다.
울산 현대모비스의 이우석은 이번 시즌 평균 12.0득점, 4.2리바운드, 3.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젊은 선수들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림 어택' 능력을 뽐내며 가드임에도 페인트존 득점 성공률이 67.1%에 달했다.
데뷔 시즌 출전 경기가 많지 않아 2년차임에도 신인왕 후보 자격을 부여받는 이우석은 단기간에 엄청난 성장을 보였고 쟁쟁한 신인들 사이에서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힌다.
이번 시즌 프로농구는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른 관중 입장의 제한과 잦은 브레이크로 인해 흐름이 끊기면서 흥행의 열기가 기대만큼 달아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설렘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규리그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한 시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