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기간 단축도 고려하는 정부…전문가들 "성급한 일상회복"

위중증·사망 증가세 둔화에…당국 "정점 지났을 수도"
유행 완만한 감소세에 확진자 격리기간 단축도 검토
의료현장은 환자 넘치고 병상 부족…숨은 사망자 우려
일상회복 서두르다 피해규모 커질 수도…"너무 빠르다"

황진환 기자

코로나19 유행이 완만한 감소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정부는 방역 핵심 지표인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의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어 정점이 지났을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이런 전망과 맞물려 격리기간 단축까지 검토하며 일상회복도 서두르는 모양새다.

반면 전문가들은 실제 의료현장 상황은 여전히 급박하며 통계로 집계되지 않는 환자와 사망자도 있어 안심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특히 의료체계에 대한 점검 없이 섣불리 방역조치들을 완화했다가는 피해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위중증·사망 정점 지났을 수도"…'격리 단축'도 검토

통상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신규 확진 발생 2~3주 후에 영향이 본격화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주간 일평균 확진자가 각각 40만여 명, 35만 명대에 달했던 3월 3~4째 주가 유행의 정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주, 길게는 다음 주까지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우선 이번 주 초반까지 급격한 증가세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위중증 환자는 지난달 31일 1315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후 이달 4일까지 소폭씩 줄어 1108명까지 줄었다가 전날 1125명을 기록했다. 사망자도 비슷한 시기인 지난달 30일 432명으로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 후 6일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며 전날 209명까지 줄었다.  

이에 방역당국은 금주 추이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 수의 최고치가 이미 지났거나 최소한 감소세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4일 "위중증 환자는 3월 31일 1315명을 최대치로 한 이후 감소하고 있고 계속 감소하는 경향으로 가지 않을까 예측한다"며 "사망자도 이번 주 크게 증가하는 현상은 관찰되지 않아 7일 평균 사망자 기준 3월 24~25일(359명)이 정점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도 전날 브리핑에서 위중증 환자는 다음 주까지 추이를 봐야 하지만 "사망자는 조금씩 줄어 이미 감소의 영역으로 들어갔다"고 평가하며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다만 이번 주까지는 정점 구간으로 본다며 이후 더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신규확진도 2주 연속 완만한 감소세를 나타내자 정부는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 하향 논의와 함께 확진자 격리기간을 현행 1주일에서 닷새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행이 어느 정도 관리 가능한 범주에 들어왔다는 판단으로 감소세가 지속될 경우 이달 중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를 모두 해제할 가능성도 열어 놓은 상태다.

의료 현장 여전히 '급박'…전문가 "안심할 때 아냐"


연합뉴스
반면 의료 현장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병상이 부족하고 환자는 넘치는 상황이 계속돼 적어도 다음 주까지 위중증 환자는 물론 사망자도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특히 공식 통계로 집계되지 않는 숨은 확진자나 사망자도 많아 아직 유행 상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주일 가량 되는 격리치료 기간이나 입원기간 안에 사망하는 경우만 신규 사망으로 집계하지, 일찍 퇴원해서 1~2주 앓다가 돌아가시는 경우는 (코로나) 사망자에 안 들어가 실제보다 과소 집계되고 있다"며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정부 발표치보다 높다고 봐야 한다. 현장은 지금도 곳곳에서 아우성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유행 규모는 크고, 코로나 확진자 대면진료 등 일상 의료체계로의 전환도 이제 막 첫발을 뗐을 뿐이라 무턱대고 일상회복을 서두르다간 피해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특히 확진자 격리 단축은 과학적 근거도 부족하고 자칫하다가는 유행 감소세에 변수가 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앞서 격리기간을 7일까지 줄인 데에는 감염력이 있는 바이러스가 7~8일을 넘어가면 배출되지 않는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었지만 이보다 줄이는 것과 관련해서는 근거가 전혀 없다"며 "바이러스 배출 되는 사람이 나와 근무하고 생활하면서 다시 유행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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