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논란' 세무사시험 재채점…'조작·특혜'는 발견 못해

노동부, '특혜 의혹' 지난해 세무사시험 감사 결과 발표
'세법학 1부 문제 4번의 물음 3' 채점 오류 확인…응시생 전원 재채점 권고
출제위원 선정·난이도 조정 등에서도 문제점 확인…관계자 및 상급자 징계하기로
의혹 일었던 세무공무원 특혜·시험 조작 정황은 찾아내지 못해

지난 1월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 관계자 등이 세무사 자격시험이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 일반 응시자가 큰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세무공무원 '특혜논란'에 휩싸였던 지난해 세무사 자격시험에 대해 채점 과정의 오류를 찾아내 일부 문항을 다시 채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동안 제기됐던 세무공무원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위법·부당한 사실'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초유의 세무사 시험 재채점 사태를 맞은 가운데, 탈락자들의 최종 구제 여부를 손에 쥔 국세청의 결정이 주목된다.

'특혜 논란' 세무사시험, 채점 오류 발견…출제위원 선정 등에도 문제

고용노동부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해 시행했던 제58회 세무사 자격 시험의 특정감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노동부는 감사결과 답안 채점의 일관성이 미흡했던 문제를 확인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공단에 해당 문제(세법학 1부 문제 4번의 물음 3)에 대해 재채점을 실시하는 등 후속조치를 하도록 권고했다.

지난해 치러진 세무사 2차 시험에서 세무공무원 등 국세행정 경력자들은 면제받는 시험인 '세법학 1부' 과목 응시자의 과락률이 82.13%에 달했다. 2019년 50.5%, 2020년 30.6%였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세무공무원 출신도 치르는 회계학 1부 과락률은 2019년 41.2%, 2020년 51.4%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14.6%로 뚝 떨어졌다. '

그 결과 지난해 합격자 706명 중 세법학 과목이 면제되는 세무공무원 출신이 21.4%(151명)에 달했다. 2019년 4.8%, 2020년 2.4%에 불과하던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 수가 이처럼 급증하자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1월 14일까지 4주 동안 실지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답안 채점분야에서 일부 문제(세법학 1부 '문제 4번의 물음 3')의 경우 채점위원이 동일한 답안 내용에도 다른 점수를 부여하는 등 일관되게 채점하지 않은 사례가 발견됐다. 또 이러한 잘못된 채점 문제를 채점담당자가 채점 진행 단계에서 제대로 확인·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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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김영헌 감사관은 "해당 물음의 모범답안은 '상속세 과세표준 신고기한부터 9개월 이내 결정한다.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부터 6개월 이내 결정한다'인데, 채점위원이 채점 첫날과 둘째날 이후의 채점 기준을 달리 했다"며 "본인은 '순간적인 실수'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감사관은 "관련 법에는 초일 산입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데, 행정기본법은 민법을 준용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초일 산입하지 않는다"며 "신고기한의 다음날부터 9개월, 6개월이라고 쓴 같은 내용의 답안인데 오답 처리한 것도, 정답 처리한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논란이 있던 다른 문항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채점은 전문적인 영역으로 현저하게 재량권을 일탈하지 않으면 위법으로 보지 않는다. 명백하게 동일한 답변을 다르게 채점한 경우만 재채점하도록 했다"며 "전문가들의 자문 결과 문제 자체에는 오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①시험 출제분야에서는 관련 규정에서 정하는 출제·시행·채점 방법 등을 포함하지 않고 시험 시행계획을 수립한 점 ②출제위원을 선정할 떄 자격담당자가 전산선정시스템에 따라 부여된 위촉 우선순위대로 선정하지 않는 등 출제위원 위촉규정을 미준수한 점 ③제2차 시험과목 전체 16개 문항 중 10개 문항에서 예상난이도와 실질난이도가 일치하지 않아 난이도 조정과정이 미흡한 점 등이 확인됐다.

출제·채점 조작, 외부개입 등 제기됐던 의혹에는 '사실 아냐' 결론

하지만 노동부는 일반 응시생의 합격률을 낮추기 위한 의도적인 시험 난이도 및 채점 조작, 국세청 관련자의 문제 출제 개입, 부실·대리 채점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였으나 위법·부당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제기됐던 △고의적인 시험 난이도 조작 및 채점 조작 △국세청 출신 출제위원의 개입 △문제 사전 유출 및 외부 문제 인용 △부실 및 대리 채점 의혹 △문제 자체의 오류 등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거나,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할 수 없거나, 인정하기 어려운 논란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김 감사관은 "총 출제위원은 12명, 채점위원은 16명인데, 출제 후 난이도를 조정할 때 모두 모여 검토하기 때문에 모든 출제위원이 공모하지 않는 한 출제 과정에서의 조작은 불가능하다"며 "출제·채점위원들이 외부와 접촉해 영향을 받은 정황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채점 과정 역시 채점위원이 외부와 차단된 채 비번호(수험번호)별로 구분된 답안지를 채점하고, 해당 응시생이 다른 과목에서 어떻게 득점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례적인 두 과목의 과락률에 대해서는 단순히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결론이다.

김 감사관은 "예상난이도와 실제난이도가 달랐던 문항은 회계학 1부에서 3개, 2부에서 2개, 세법학 1부에서 3개, 2부에서 2개씩 지적됐다"며 "회계학은 출제위원의 생각보다 쉽게 나왔고, 세법학은 반대로 더 어렵게 나왔다"고 말했다.


응시자 전원 재채점·관련자 징계 권고…출제한 산업인력공단에는 기관경고

지난 1월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 관계자 등이 세무사 자격시험이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 일반 응시자가 큰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채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문제(세법학 1부 '문제 4번의 물음 3')에 대해 응시생 전원의 답안지를 재채점하는 등 보완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출제위원을 규정대로 위촉하지 않은 담당자를 포함, 업무를 소홀히 한 관련자 및 상급자 총 6명에 대해서는 징계 등 신분상 조치를 하도록 공단에 요구했다.

아울러 이번 감사에서 확인된 문제들은 특정 직원·부서만의 업무 소홀이 아닌 기관 전체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공단에 대해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노동부는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출제위원들과 채점 오류로 세무사시험 역사상 첫 재채점 사태를 부른 채점위원에 대해서는 "감사 대상이 아니어서 징계 등 처분을 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더 나아가 공단에 대해 숙련위원과 비숙련위원이 적절히 위촉될 수 있도록 출제위원 선정방식을 개선하고, 적정난이도 유지를 위해 출제 시 난이도 검토기능을 강화하도록 했다.

또 1인 채점위원제도에서는 채점위원의 실수를 방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2인 이상 채점위원이 함께 채점해서 점수를 산정하는 등 채점 방법을 개선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채점을 완료하기 전에 채점의 일관성 미흡, 채점 엄격화·관대화 등 채점 과정상의 문제를 확인할 수 있도록 검토 프로세스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노동부의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공단은 2개월 안에 권고사항을 이행하고 결과를 보고해야 하며, 이의가 있을 경우 1개월 안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공단이 권고대로 재채점을 진행할 경우, 재채점 결과를 전달받은 국세청이 탈락한 응시자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게 된다.

김 감사관은 "재채점 결과 채점 오류로 탈락했던 응시자를 정원 외에 추가로 합격해줄 것인지, 총원을 유지한 채 바뀐 순위에 따라 합격자를 변경할 것인지, 아예 합격 여부를 바꾸지 않을 것인지 등은 국세청이 결정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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