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트는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2세트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각성한 선수들은 경기를 지배했고 마침내 KB손해보험의 첫 봄 배구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거머쥐었다.
KB손보는 3일 오후 경기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도드람 2021-2022 V-리그 포스트시즌 단판 플레이오프(PO)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 대 1(23-25, 25-17, 25-19, 25-15)로 이겼다.
1세트를 힘들게 보낸 KB손보는 2세트 베테랑 센터 김홍정을 투입했다. 김홍정은 곧바로 2세트에 블로킹 3개를 성공해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상대 공격이 차단되자 세터 황택의의 부담도 줄어들었다. 황택의는 1세트 상대 블로킹에 힘들어했지만 언제나 결과를 만들어 내는 주포 케이타에게 공을 올렸다.
그러자 케이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공격을 주도했고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김홍정은 블로킹 5개를 기록했다. 케이타는 블로킹 3개, 서브 에이스 3개 등 30득점으로 트리플 크라운(서브·블로킹·백어택 각 3개 이상)까지 달성했다.
경기 후 세 명은 나란히 수훈선수 인터뷰에 나섰다.
김홍정은 "1세트 때 제가 밖에서 보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조금 다운돼 있었다"며 "2세트 제가 들어가면서 분위기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해서 뛰어다니면서 미친 척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후배들이 잘 따라와 줘서 모두가 미칠 수 있었던 경기를 했다는 것.
김홍정은 "제가 언제까지 배구 계속할지 모르지만 이런 기회 정말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저에게 찾아오는 기회라 생각했다"면서 최선을 다했던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황택의는 "홍정이 형이 시즌 초반 블로킹이 많이 안 나와서 많이 힘들어했다"며 "오늘을 위해 비축해두지 않았나 싶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1세트 때 케이타가 잘 안 되면서 다른 쪽으로 많이 공이 몰렸는데 벤치에서 2세트는 그냥 맡겨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케이타는 때리다 보면 뚫린다' 해서 줬는데 때리다 보니 뚫렸다. 다른 생각 없이 믿고 올려줬다"고 회상했다.
케이타의 각성도 한몫했다.
케이타는 "사실 1세트 때 들어가면 많이 흥분돼 있는 상태였다. 몸에 많이 힘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2세트는 힘으로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상시 경기 때 하는 모습으로 하자고 생각했고 팀원들이 너무 열심히 해줬고 제가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었다"면서 "정신을 차리고 공을 달라고 했고 몸이 풀리면서 역전했다"고 평가했다.
케이타는 "이번 시즌 제가 팀에게 꼭 챔피언 결정전에 가자고 약속했다"며 "저희는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B손보는 오는 5일 오후 7시 인천 계양 대한항공 홈에서 3판 2선승제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