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합당을 진행중인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출마하기로 하면서 대선급 빅매치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각 당의 경쟁 후보들은 이들을 향해 대선으로 가기 위한 권력욕에 사로잡힌 '낙하산' 출마라며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2일 경기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김 대표와 안민석, 조정식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 등 4자 대결 구도가 완성됐으며, 국민의힘은 유 전 의원과 심재철, 함진규 전 의원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후보들 "김동연, 대권을 위한 출마인가" 비판 봇물
먼저 포문을 연 건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다. 염 전 시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방자치 역행하는 유승민, 김동연 두 후보의 경기지사 출마 유감'이란 글을 올렸다.
염 전 시장은 글에서 두 사람에 '차기 대권을 위한 출마인가'라는 물음을 던진 뒤 "경기도는 두 분의 사사로운 권력욕을 위해 '잠시' 선택되었을 뿐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김 대표를 향해서는 "MB 정부 때 유난히 잘나가던 중앙관료였다"며 "지방자치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두 분이 지방자치 시대에 경기도지사로서 어떤 자격과 조건을 갖췄는지 강력하게 문제제기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임을 부각해 두 사람이 대권 주자였던 점을 거꾸로 공격하고, 자신은 수원시장으로서 12년동안 지자체 운영 경험이 있음을 어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염 전 시장 캠프 관계자는 "경기도 역시 지방정부"라며 "도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지방정부를 가장 잘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 캠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처음에는 새로운물결로 경기도지사 출마 후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하는 방식으로 얘기하다가 (불리하다고 생각해서) 갑자기 합당 후 출마로 선회했다"며 "또 당은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는데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경기지사를 나왔다. 너무 쉬운 길만 찾아가는 거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김 대표는 지난달 31일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권리당원 50%·일반국민 50%'로 규정된 경선룰에 대해 "저처럼 밖에서 온 사람은 불공정하다. 민주당부터 정치기득권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김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세 후보는 기존의 경선룰을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힘 후보들 "유승민, 경기도 걱정해 본 적 있나" 비난
심재철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 직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하겠다던 사람이 왜 갑자기 경기도인지 의문"이라며 "말로는 경기도 발전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언제 경기도를 생각하고 걱정했는지 모르겠다. 인지도는 높을지 모르지만, 도민들의 마음에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유 전 의원의 전략공천 가능성에 대해서도 "공정과 상식을 얘기해온 윤석열 정부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드시 경선을 거쳐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또 경기지사 출마를 내비쳤던 강용석 변호사 역시 유 전 의원의 출마와 관련 "배신의 아이콘 유승민의 정치 생명을 강용석과 가세연이 반드시 끊겠다"며 "배신자 유승민은 경기도지사 출마일이 정치 인생 마감일이 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김‧유 상대방 공격…양강 구도 고착화 노림수
김 대표는 출마 선언 다음날인 지난 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신을 향해 '정치계 교란자'라고 비판한 안민석 의원에 대해서는 "불쾌하진 않다. 원래 말을 좀 가려서 안 하시는 분"이라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을 향해서는 "아마 경기도에서 세금 1원도 안 내보셨을 것"이라며 "아무나 와서 연고 없는 분들이 이렇게 한다면 경기도민들께서 자부심에 상처를 받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직접 겨냥했다.
유년 시절 대부분을 경기도에서 보냈으며, 수원에 위치한 아주대학교에서 총장을 역임했던 자신과 경기도와의 인연을 내세우면서, 유 전 의원의 무연고 출마를 비판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우세한 후보들 입장에서는 나머지 경쟁자들을 리그에 끼워 넣기 싫고 1대1 구도로 승부를 내고 싶을 것"이라며 "여야 모두 경기지사가 가장 치열할 것으로 보고 대선 후반전처럼 분위기를 몰아가면서 그런 경향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면 약세 후보들은 1위 후보를 강하게 때려서 군소후보 중에는 자신이 당내 양강 후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경선에서 기회를 높이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