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민주당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전날 SNS를 통해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그는 "서울시장에 출마하라는 많은 분의 강한 요청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오직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 당원으로서 직책과 직분을 가리지 않고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대나 전략공천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당내 경선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던 송 전 대표가 지방선거 최전선에서 뛰겠다고 나서자 당내에서 강하게 반발이 일고 있다. 서울시장의 경우 서울 지역 광역·기초자치단체 선거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누가 나오는 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송 전 대표 출마에 반대하는 측은 대선 패배 이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자리 욕심에 급급한 게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선대위 총괄본부장 자리에서 물러난 우상호 의원은 지난달 28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도부가 바로 그 다음 선거에서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경우는 없다"며 "책임진다는 게 거짓말이었냐는 반론이 나오면 당 선거 전체에 영향을 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원래 지역구인 인천을 버리고 서울시장을 하겠다고 하면 누가 뽑아주겠나"라며 "일부 지지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다들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는 집단최면에 빠진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반면 송 전 대표 지지 측에서는 당내에 서울시장으로 내보낼 마땅한 중진급 인물이 없다는 입장이다. 우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낙연·임종석·박영선 측도 출마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송 전 대표의 풍부한 부동산 정책 경험도 서울시장 출마설에 힘을 싣는 지점이다.
이런 가운데 전용기, 이수진, 이용빈 의원 등이 SNS를 통해 잇따라 송 전 대표의 출마를 요청하며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동학 전 최고위원 등 청년 정치인들은 직접 송 전 대표가 잠적 중인 곳을 찾기도 했다.
앞서 이재명계 정성호, 김남국 의원도 공개적으로 송 전 대표를 찾아 출마를 독려했다. 이재명 상임고문은 송 전 대표 출마설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송 전 대표 출마에 이 고문의 역할이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친문·이낙연계는 이재명계가 지방선거에 이어 당권을 장악할까봐 견제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서울 지역 의원들은 지난달 31일 긴급회의를 열고 송 전 대표 출마에 불만을 표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송 전 대표의 출마에 명분이 떨어져 높은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당은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누가 서울시장 출마에 적합한지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에서 일방적으로 특정 후보를 전략공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 결과 이낙연·임종석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올 경우 계파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누가 출마해야 하는지 근거가 애매해지면 결국 당내 입김 싸움이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이런 모습이 자꾸 보여질수록 선거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