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신용현 대변인은 1일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게) 충분한 손실보상이 될 수 있도록 추경을 빠른 시간 안에 하자는 것은 일관된 기조"라면서도 "하지만 재정당국의 입장 때문에 현실적으로 현 정부 내에서는 안 된다고 하니 준비를 최대한 (새 정부가) 시작하자마자 (추경안을) 내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취임 전 추경' 드라이브에서 현실적인 한계를 이유로 선회한 것이다. 인수위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추가 추경 편성을 강하게 반대하고, 큰 폭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재원 마련에 회의적이기 때문에 새 정부 출범 전에 추경안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윤 당선인의 철학을 실현할 정부 조직개편도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부 출범 직후, 최대 정치 이벤트인 6.1 지방선거 이후 여력을 집중하기로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조직개편을 밀어붙일 경우, 거대 야당의 반대와 이해관계가 얽히며 정치 쟁점화가 될 가능성에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핵심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법 개정도 민주당의 원만한 협조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인수위는 정부가 독자적으로 개정할 수 있는 시행령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에서 이러한 우회 전략이 두드러진다. 인수위 관계자는 "각종 시행령만 정비하더라도 임대차 3법 등으로 왜곡된 시장 상황을 70~80%는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를 통해 매매를 유도하고,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늘려 안정적인 임대 매물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 등이다.
결국, 윤석열 당선인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국정 동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윤 당선인과 오찬을 함께한 국민의힘의 한 초선의원은 "인기 없는 정책이라도 결국 우리 사회에 옳은 방향이 될 수 있도록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지를 강조하셨다"며 "방향을 잡고 민간 영역 전문가, 관료, 국회와의 협조에 방점을 두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의원도 "추경과 주요 법안 개정 모두 국민들의 지지 없이 인수위 차원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며 "윤 당선인은 각종 선거 전략에 능한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력을 집중해 지방선거에서 이겨야 안정적인 수권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