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규: 이중 영혼'전은 1994년부터 2022년까지 제작된 작품 50여 점을 전시한다. 특히 신작인 한 쌍의 조각 '소리 나는 중간 유형-이중 영혼'이 눈에 띈다. 이 작품은 그린란드계 덴마크 작가인 피아 아르케(1958~2007)와 프랑스에서 생의 대부분을 보낸 덴마크 조각가 소냐 펠로브 만코바(1911~1984)의 삶을 모티브 삼았다.
그린란드 원주민인 이누이트족 엄마와 덴마크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르케는 그린란드를 향한 덴마크의 식민주의적 정책을 비판하는 작품을 제작했다. 만코바는 남아공 출신 미술가와 결혼하고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등 국가적인 틀 안에 갇히기를 거부했다.
양혜규는 최근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식민-피식민 관계였던 덴마크와 그란란드의 역사가 전시의 출발점이다. 이누이트족의 정신적 삶을 염두에 두고 전시를 구상했다"며 "두 여성 작가의 타협하지 않는 삶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양혜규는 "제 삶의 형태가 특이하다. 한 발은 여기, 다른 발은 저기에 찢어져 있다.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이런 삶의 형태가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할까' 회의가 들었다. 여러 문화권을 오가며 맞닥뜨렸던 몰이해가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연대하기보다 국경을 걸어 잠그는 모습을 보면서 '휴머니티가 실종되는 건 아닐까' 싶었다"고 씁쓸해 했다.
양혜규의 또다른 관심사는 한지 콜라주 작업 '황홀망'(恍惚網)이다. 올봄과 가을 베를린과 파리 개인전을 통해 지난해 새롭게 작업한 '황홀망'을 유럽에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양혜규는 "황홀망의 바탕에는 한국의 무속이 있다. 무속 안에도 공예적인 부분이 있는데 이 작업은 한지를 이용해 '무구'(巫具)를 만드는 전통을 발전시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