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는 죽느냐 사느냐, 기로" 모두가 승부보다 팬을 먼저 외쳤다

3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22 KBO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각 구단 감독과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일반적으로 프로스포츠의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는 목표로 하는 성적, 승부, 라이벌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31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시즌 KBO 리그 미디어데이 행사도 마찬가지였지만 분위기는 예년과 많이 달랐다.

10개 구단을 대표하는 감독과 선수들은 승부보다는 '팬 퍼스트(Fan first)'를 먼저 외쳤다.

허구연 KBO 총재가 스타트를 끊었다.

야구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KBO 수장을 맡은 허구연 총재는 인사말을 통해 "개막을 알리는 미디어데이가 지난 2년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정상 개최되지 못했다. 이렇게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야구 팬에게 인사드리는 이 자리가 매우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어 "KBO 리그는 40주년을 맞아 새롭게 재출발해야 한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는 프로야구는 죽느냐 사느냐, 그 기로에 선 한해다. 선수는 기량을 높이고 스피드업도 해야겠지만 진정으로 팬을 위한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과 지난해 KBO 리그 개막 미디어데이는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방역 절차상 행사장에 야구 팬을 초청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간판급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TV로 보는 야구 팬에게 인사를 건넨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10개 구단 감독들은 출사표를 던지는 자리에서 모두가 '팬 퍼스트'를 강조했다. 우승에 대한 목표를 밝히기에 앞서 야구 팬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먼저 전했다.

디펜딩 챔피언 kt의 이강철 감독은 "야구 팬과 더 가까운 시즌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kt에게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던 두산 김태형 감독은 "열심히 해서 팬 여러분에게 늦게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재치있게 말했다. "늦게까지"라는 표현으로 KBO 리그의 마지막 무대인 한국시리즈까지 밟아 팬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주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NC 이동욱 감독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이 되는 NC 구단이 되겠다"고 했고 KIA 김종국 감독은 "절실한 마음으로 KIA 팬을 야구장과 TV 앞으로 모시겠다"고 말했다.

'홈 경기에서 이것만큼은 보여주겠다'고 자신하는 부분이 있는지 묻는 공통 질문에서도 팬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많은 감독들이 "승리를 선물하겠다"고 답한 가운데 이강철 감독은 "수원의 명물 통닭이 맛있고 맥주를 곁들이면 정말 맛있다. 팬들께서 오셔서 즐기시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NC 이동욱 감독은 "창원 NC파크에서는 커피를 마시면서 야구를 볼 수 있고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면서 야구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야구장에는 없었던 시설"이라며 많은 야구 팬의 방문을 기대했다.

롯데를 이끄는 래리 서튼 감독은 "롯데는 역사적인 팬 베이스 전통을 갖고 있는 구단"이라고 강조하면서 "야구장을 찾아주셔서 에너지 넘치게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KBO 리그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에 야구 팬과 호흡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관중 입장은 제한됐고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 다시 무관중 체제로 돌아가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KBO 리그가 다시 예전처럼 팬과 소통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관심도가 줄고 있다는 최근 여론조사의 발표로 기대감 못지 않게 책임감도 커지는 흐름이다.

허구연 총재는 "팬 여러분께서 야구장을 많이 찾아와주셔서 치맥도 하고 선수들과 함께 즐기는 시간을 보내시기를 간곡히 바란다. 선수들도 책임감과 의무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데이에 처음 참석한 메이저리그 출신 추신수(SSG)는 "(미국에는 없는) 미디어데이 행사는 그동안 미국에서 멀리서나마 접했지만 생소한 느낌이다. 야구 팬께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선수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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