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천연가스 루블화 결제 유예…무기화 우려 여전

연합뉴스

유럽과 러시아의 '에너지 갈등'이 한고비를 넘긴 모양새다.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조치로 천연가스 결제 대금을 루블화로 받겠다고 선언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하지만 러시아가 유로화 결제 가능성을 열어주면서다.
 
다만 러시아가 에너지는 물론 식량과 원자재를 모두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독일 정부가 밝혔다.
 
따라서 천연가스 결제대금은 가즈프롬 은행에 유로화로 송금될 계획이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천연가스 결제 대금을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밝혔다.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한 보복조치로 풀이된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이에 대해 G7(주요 7개국)은 루블화 결제 요구를 거부했다.
 
하지만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는 연간 에너지 수요의 1/3에 달한다. 장기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계획이지만, 난방용 에너지 수요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부터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해 유럽은 에너지 위기에 빠졌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은 급등했고, 독일은 가스 공급 비상사태 '조기 경보'를 발령했다. 이번 조치는 3단계 경고 중 첫 번째 단계로 비상대책팀을 가동한다. 그리스 역시 러시아의 공급 중단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회의를 열고, 네덜란드는 정부 차원에서 천연가스 사용을 줄이도록 캠페인에 나설 예정이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결정은 유럽의 숨통을 틔게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통화에서 루블화 결제 계획에 대한 개요를 설명했다고 이탈리아 총리실이 밝혔다.
 
특히 러시아 정부는 31일 루블화 결제 방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당장 천연가스 결제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하도록 요구하진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석유와 곡물, 비료, 각종 원자재의 결제도 루블화로 강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의 최고위급 의원은 "러시아가 원유, 곡식, 비료, 원자재 등 모든 상품을 루블화로 결제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의 불경기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