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위원장은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직접 내각에 참여하지는 않는 것이 (윤석열 당선인의) 부담을 덜어드리는 일이고, 당선인이 국정운영 방향을 잡는 데에도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안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국무총리직을 비롯한 내각 참여는 물론 지방선거에도 나가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당권 도전에 대해서는 결이 다른 답을 내놓았다. "이준석 대표의 임기가 내년까지니까 당장 그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며 "1년 뒤면 한참 뒤라 그때 가서 판단할 일"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때문에 안 위원장이 '잘 해도 윤석열 대통령의 공'이 될 총리 자리 보다는 차기 대권까지 길게 내다보고 국민의힘에 '착근'해 기반을 만드는 작업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당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착근의 수단이 당권 도전이라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안 위원장 입장에서는 윤 당선인의 들러리가 아니라 자기만의 정치, 영역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며 "입각해서 아무리 능력을 발휘한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그늘 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위원장이 총리직을 고사하면서, 대신 "공동정부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자격 있고, 깨끗하고 능력 있는 분들을 장관 후보로 열심히 추천할 생각"이라고 말한 대목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안 위원장이 윤 당선인의 '그늘'이 아니라 밖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치인으로서 자신을 포지셔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 체제가 마무리 되는 1년 뒤 안 위원장이 당권을 쥘 경우, 이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권 행사를 통해 국민의힘 내부에 '안철수 계'를 만들 것이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당장 국민의힘 내부에 과거처럼 카리스마 있는 수장을 필두로 한 계파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 안 위원장이 보수정당 내에 안정적인 세력 기반을 확보해 차기 대권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까지 내다 본 구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넥스트 이준석' 체제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게 문제다. 인수위원장직이 끝난 뒤 윤 당선인이 신설하겠다고 밝혔던 민관합동위원회에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존재감을 발휘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안 위원장이 6월 1일 지방선거 결과를 부정적으로 내다보고 비상기구 체제를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오늘 총리직 고사 발표에서 자신의 중량감을 확인시키는 동시에 윤 당선인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보수 진영 내에서 차근 차근 마일리지를 쌓아가는 모습"이라며 "이후 안 위원장의 행보는 보수 정당 내에서 안정적으로 안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