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쟁으로 글로벌 TV 수요 감소"…삼성·LG 어쩌나

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 번화가의 폐쇄된 삼성전자 매장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TV 수요가 460만 대 이상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해당 지역의 직접적인 수요 감소 뿐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 식량 가격 인상에 따라 전체 글로벌 TV 시장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은 훨씬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30일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와 디스플레이사이언티스트(DISCIEN)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해당 지역의 2022년 TV 수요는 360만 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역의 전체 TV 판매량 780만 대에 비하면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DISCIEN는 내년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낙관적으로 추정한 결과 올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각각 40%, 80%의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러시아 TV 시장 점유율 표. DISCIEN 캡처.
DISCIEN는 "러시아 TV 시장의 침체는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던 한국 브랜드에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러시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180만 대와 130만 대를 판매해 27%와 17% 점유율로 나란히 시장 1, 2위를 차지했다.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에서 TV를 생산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제품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각각 생산하고 있는 LG전자 역시 모든 선적을 중단했다.

두 회사의 공장은 아직은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지만 핵심 부품 재고가 소진될 경우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서방의 제재에 맞선 러시아의 추가 보복 조치도 우려된다. DISCIEN는 "삼성과 LG는 러시아 정부의 제재를 받을 수 있으며 한국 제품 구매를 줄이는 애국적인 러시아 소비자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간접적으로 동유럽을 넘어 중동 및 아프리카, 중남미 등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쳐 TV 수요가 100만 대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의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높은 운송 비요에 따른 파급 효과에 기인한다.

DSCC는 나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과 옥수수 등 식량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 세계 TV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의 10%, 옥수수 수출의 14%, 해바라기유의 절반을 차지한다.

더구나 양국의 전선이 흑해 연안을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식량을 수출할 상업 운송은 전면 금지된 상태다. 상품 시장에서 올해 들어 지금까지 밀 선물 가격은 42%, 옥수수 가격은 27% 폭등했다.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식용류 품귀 현상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DSCC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두 국가의 직접적인 TV 수요 감소는 상당할 것이지만 연간 2억5천만대 수준인 글로벌 TV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약 2%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석유, 가스 및 식품 가격의 상승이 TV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정량화가 어려울 뿐,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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