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찬 회동으로 계기로 갈등을 봉합하며 초대 국무총리 인선을 위한 후보군 검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수위원회는 특히 코로나19 보상 대책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과 부동산 임대차법 개정 등 민생 현안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가까스로 文‧尹 만찬 회동 성사…국무총리 인선 돌입
대선 이후 19일 만에 문 대통령과 전날 만찬 회동을 함께 한 윤 당선인 측은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안도감이 흐른다. 대선 직후 이명박 전 대통령(MB) 사면과 집무실 이전, 감사위원 인선 등을 두고 현 정권과 전방위적으로 충돌하면서 차기 정부의 비전보다 신구 권력 갈등만 부각됐기 때문이다. 역대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중에선 가장 늦게 만났지만 최장 시간 만찬 회동을 하면서 이견을 좁히는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과의 회동으로 부담을 덜어낸 만큼 윤 당선인은 민생 현안에 방점을 찍었다. 윤 당선인은 29일 종로구 통의동 소재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며 "역동적인 사회변화에 적응하고 저출산‧양극화 시대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실용주의와 국익을 국정과제의 기초로 삼아 달라"고 했다. 대선 이후 약 3주 동안 용산 집무실 이전 등 다소 민생과 동떨어진 이슈에 매달리며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점을 감안해 공식 취임식 전까지는 민생 현안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윤 당선인 측 내부에선 총리 후보군을 5배수 가량으로 압축해 검증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빈부 격차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해 국내외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인사가 절실하다는 전언이다. 인수위 소속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대선에서 이겼지만 국회가 여소야대 상황이라 민주당과의 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일단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공정과 상식'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민주당이 동의해줄 만한 인사를 고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손실보상, 부동산 대책 띄우는 尹…민생 드라이브 집중
코로나19 손실보상 관련 재원 마련을 위해 2차 추경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50조 원 규모의 재원을 편성해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보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초 윤 당선인 측은 기존 예산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추경과 국채발행 등이 불가피한 상황에 몰렸다. 지난 2월 통과된 1차 추경 규모가 16조 9000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30조 원 가량 2차 추경을 편성해 '총 50조 원' 재원 공약을 이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제원 비서실장도 전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만찬 회동 후 브리핑에서 "추경 필요성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두 분 모두 공감했다"며 "예산 규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서로 실무적인 협의를 계속하자는 말씀을 나눴다"고 했다.
인수위는 이날 정부 부처·기관의 업무보고를 마무리하면서 곧바로 국정과제 선정에 돌입해야 하는 만큼 '신구권력 갈등'에서 '민생 행보'로 프레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는 5월 10일 취임식에 이어 6월 1일 지방선거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 코로나19 보상과 부동산 등 주요 민생 현안을 전면에 내세워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일반 국민들은 사실 집무실 이전과 인사권 같은 걸 두고 지금 정권과 신경전을 벌이는 것 자체를 정쟁으로 여긴다"며 "이제는 민생 이슈로 돌려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