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4.3일반재판 수형인 고태명(90)씨와 수형인 30명의 유가족 등 31명이 재심을 청구한 사건 선고 공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함께 재심 재판을 받은 4.3군사재판 수형인 2명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공소제기 이후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그런데 죄를 증명할 증거가 없고 검찰에서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죄를 벗은 이들은 4.3 광풍이 몰아치던 1947년 4월부터 1950년 8월까지 일반재판 또는 군사재판에서 최대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육지 형무소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이다.
생존자인 고태명 씨를 제외한 대부분이 4.3 당시 행방불명돼 시신조차 수습되지 못했다.
일반재판 수형인 대다수가 일제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 미군정의 '공중치안질서의 안전을 위해 위반할 경우 사형 또는 엄벌에 처한다'는 포고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았다.
특히 이들 중 故 이경천씨의 경우 당시 재판 기록상 1947년 4월 12일 미군정이 직접 재판을 맡았다. 미군정은 포고령 위반죄로 초등학교 교사였던 이씨에게 징역 8개월 등을 선고했다.
유일한 생존자인 고태명씨는 재판 직후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무죄를 받은 것은 죽었다가 살아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번 재심은 미군정 재판 피해자에 대한 첫 재심뿐만 아니라 첫 특별재심이기도 하다.
지난해 6월 24일부터 시행된 제주4‧3사건 특별법 개정안에는 군사재판 수형인 2530명에 대한 직권재심과 함께 일반재판 수형인 1562명에 대해서도 '특별재심'을 할 수 있는 조항이 마련됐다.
4‧3특별법 개정안(제14조)에는 '희생자로서 4‧3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으로 인정되는 사람은 형사소송법상 재심 이유, 재심 청구 자격 등에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