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제 24대 총재로 선출된 허구연 신임 총재의 취임 기자 회견이 열린 2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 허 총재는 앞서 KBO 리그 10개 구단 사장단과 이사회에서 상견례를 한 뒤 회견에 나섰다.
40년 동안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이력답게 허 위원은 이날 거침없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허 위원은 신축 대전구장과 관련한 잡음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들이 갑질을 한다"고 꼬집은 뒤 "야구단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연고지를 떠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 아마추어 학생 야구에 대해서도 허 총재는 "학습권 보장도 중요하지만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면서 "지금은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인프라 확보 등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에도 얘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서면 취임 인사에서 강조한 선수들의 일탈 행위 금지에 대해서도 징계 강화 의견을 내놨다. 허 총재는 "음주 운전 등에 대한 규정을 명문화하면 상벌위원회를 열 필요도 없다"면서 "한시적으로 '음주를 하면 자동차 핸들을 잡을 수 없다'는 등의 규정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하도록 사무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강한 발언을 쏟아냈던 허 총재는 이날 유일하게 한 질문에 대해서만큼은 신중했다. 바로 음주 운전 전력이 있는 강정호의 복귀 문제다.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이날 허 총재에 대한 첫 질문으로 나왔다.
허 총재는 "좋은 질문이 많은데 꼭…"이라며 난감한 듯 웃었다. 이어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사안을 검토했고 보고를 받고 있다"면서 "고려해야 할 상황 많아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걸 종합적으로 취합하고 판단해서 결정을 내려 팬들에게 알려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시절인 2016년 12월 서울 강남 모처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후 뺑소니와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적발돼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2009년과 2011년에도 음주 운전으로 적발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강정호는 이렇다 할 사과 없이 MLB에서 뛰었다. 그러다 방출된 뒤 2020년 친정팀 키움(전 넥센)으로 복귀하려다 거센 비난 여론에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키움은 지난 18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강정호에 대한 임의 해지 복귀 승인을 요청했다. 임의 해지 복귀 승인 요청에 앞서 강정호와 2022시즌 선수 계약도 체결했다.
그러나 KBO는 아직까지 키움의 요청에 대해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 김광현(SSG), 양현종(KIA) 등의 복귀와 김도영(KIA), 문동주(한화) 등 대형 신인의 가세로 흥행 호재를 안은 리그에 자칫 강정호의 복귀가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견 말미에 강정호가 다시 화제가 되자 허 총재는 취재진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과연 허 총재가 취임하자마자 찾아온 난제를 어떻게 풀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