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의해 김병찬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매일 매일 생각하고 준비한 것이 이 종이 쪼가리 하나 뿐입니다. 한 맺히게 토해낸 한 글자 한 글자가 칼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알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판사님, 김병찬을 사형에 처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스토킹 살해범 김병찬(35)의 두 번째 공판이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는 숨진 피해자의 부모와 친동생이 참석해 김병찬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하지만 김병찬 측은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피해자 父 "반드시 단죄해달라"… 눈물로 호소
이날 재판에는 피해자의 부모가 직접 양형 증인으로 나섰다.
증인 신문에 앞서 재판부는 피해자 부모에게 "피고인 김병찬이 있는 자리에서 하겠는가? 비대면으로 해도 피고인이 말을 들을 수 있는데 앞에서 하겠는가?"라고 의사를 물었다. 이날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눈물을 흘리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던 피해자 가족을 위한 배려 차원이었다. 하지만 피해자 부모는 "네. 김병찬이 직접 들어야 한다. 앞에서 하겠다"라고 답했다.
증인으로 먼저 나선 아버지는 앞서 준비해 온 호소문을 꺼내 읽어 내려갔다. 그는 "지난해 11월 19일 사고가 있던 날 처음 면 사무소 직원에게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교통사고인 줄만 알았다"라며 "딸이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을 줄은 몰랐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이어 "제 딸이 살인마와 만나면서 (부모가) 걱정할까, 염려할까 힘든 내색도 하지 않고 만나는 사실조차 몰랐다"라고 말했다.
눈물을 흘리며 호소문을 읽어간 피해자 아버지는 "재판장님, 지난 3월 ○○일은 제 딸의 34번째 생일이었다"라며 "딸의 유골을 뿌린 곳에 가서 미안하다고 했다. 저 살인마에게 똑같은 범죄로 되갚아 줄 수는 없지만, 평생을 감옥에서 참회하며 살게 해 주겠다고 딸에게 약속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살인마는 칼을 준비했고, 저희가 준비한 것은 이 종이 조각에 불과하다"라며 "하지만 한 맺히게 토해낸 한 글자 한 글자가 칼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알게 해달라"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부모의 호소문에 재판부도 이따금씩 눈물을 닦으며 재판을 이어갔다.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 어머니가 중간중간 김병찬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내뱉었지만, 가족들이 말릴 뿐 재판부는 딱히 제지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금이라도 슬픔이 위로되길 바란다", "피해자 가족 모두 건강을 잘 챙기시라"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피해자 어머니도 증인으로 나서 "자식을 앞세운 부모는 피눈물이 흐른다. 봄이 왔지만 저희 딸은 꽃도 피우지 못하고 세상에 없다"라며 "김병찬을 사회와 평생 차단해달라. 사형에 처해달라"라고 호소했다. 피해자 부모들은 김병찬 측 변호인을 향해서도 "변호사가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더욱 치가 떨렸다", "김병찬은 부산까지 도주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 살인", "세상 천지에 변호할 사람이 없어서 이런 살인범을 변호하는가"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김병찬은 현재 총 12명의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다.
김병찬은 '우발적 범행' 주장…"협박도 고의 없었다"
김병찬은 보복 협박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김병찬은 앞서 보복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추가 수사를 거쳐 보복 협박과 감금 혐의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김병찬 측은 협박한 사실은 있지만 고의는 없었다라며 양형 낮추기에 주력했다. 변호인은 "협박에 고의는 없었다"라며 "피고인이 '죽이고 싶다'라고 말한 것은 인정하지만 고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감금 사실 등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이 없다"라고 부인했다. 피해자의 주거지를 찾은 이유에 대해서도 "동의 하에 찾아갔다"라고 맞섰다. 김병찬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달 11일 오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