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선댄스영화제의 역사를 다시 쓴 애플TV+ 영화 '코다'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최초로 오스카 최고 영예인 작품상의 주인공이 되며 오스카의 새 역사를 썼다.
수많은 사람의 예측대로 제인 캠피온 감독은 여성 감독으로서는 세 번째로 감독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배우 윌 스미스와 제시카 차스테인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주연상 경쟁에서 생애 첫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전 세계의 눈길이 쏠렸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오스카 연설은 없었지만, 오스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잊지 않았다.
'코다'가 쓴 '최초'의 기록
선댄스 영화제 37년 역사상 최초로 4관왕을 이룬 뮤직 드라마 '코다'(감독 션 헤이더)가 최대 경쟁작인 거장 제인 캠피온의 12년 만의 신작 '파워 오브 도그'를 비롯해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최고 영예인 작품상의 주인공이 됐다.
무엇보다 '코다'의 수상이 눈길을 끄는 건 전통적인 영화사들의 작품과 2021년 최대 화제작이자 OTT 경쟁사인 넷플릭스 '파워 오브 도그'를 제치고 오스카 최초로 작품상 수상작이 됐다는 점이다.
특히 '코다'는 작품상을 받은 최초의 선댄스영화제 수상작이 됐으며, 감독상과 편집상 후보에 오르지 않고 작품상을 받은 최초의 영화라는 기록도 썼다.
또한 주·조연 등 청각장애인이 주로 출연한 영화로서는 최초의 작품상 수상작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그중 트로이 코처는 미국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청각 장애인이자 농인 배우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조연상까지 거머쥐었다.
제인 캠피온, 오스카 역사상 세 번째 여성 감독상 주인공 됐다
오스카가 여성 감독을 감독상 후보로 올린 건 단 7명, 이 가운데 트로피를 품에 안은 여성 감독은 단 두 명뿐이었다. 그리고 올해 시상식에서 제인 캠피온 감독은 세 번째 주인공이 됐다.
지난 1994년 제6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피아노'로 생애 최초로 감독상에 이름을 올렸던 제인 캠피온 감독은 30여 년 만인 2022년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제인 캠피온 감독은 '파워 오브 도그'로 드디어 감독상을 품에 안았다.
이로써 캠피온 감독은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 '허트 로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노매드랜드' 클로이 자오 감독에 이어 오스카의 역사에 새로운 한 줄을 추가했다.
최다 부문 후보 '파워 오브 도그'는 1개…'듄', 6개 휩쓸며 최다
작품상, 감독상 등 12개 후보에 지명되며 올해 최다 부문 후보작이었던 넷플릭스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감독상 1개의 트로피만을 가져가게 됐다.
'피아노'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제인 캠피온 감독이 12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라는 점,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의 영화가 아닌 넷플릭스 작품이 주요 부문을 포함해 최다 후보에 올랐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지만 쟁쟁한 후보들로 인해 다관왕의 꿈은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오스카에서 가장 많은 트로피를 거머쥔 작품은 SF대작 '듄'(감독 드니 빌뇌브)이다.
'듄'은 올해 △촬영상 △의상상 △편집상 △분장상 △음악상 △작품상 △미술상 △음향상 △시각효과상 △각색상 등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SF 영화인 '듄'이 기술 관련 후보에 대거 오르며 과연 몇 개의 트로피를 차지할지 관심이 쏠렸다.
이 중 촬영상, 음향상, 시각효과상, 음악상(한스 짐머), 편집상, 미술상 등 총 6개 부문의 트로피를 챙기며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은 흥행작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치열했던 주연상…첫 트로피를 안게 된 윌 스미스·제시카 차스테인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주연상의 영예는 '킹 리차드'의 윌 스미스와 '타미 페이의 눈'의 제시카 차스테인에게 돌아갔다.
윌 스미스는 하비에르 바르뎀('비잉 더 리카르도스'), 베네딕트 컴버배치('파워 오브 도그'), 앤드류 가필드('틱, 틱… 붐!'), 덴젤 워싱턴('맥베스의 비극') 등을 제치고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에 등극했다.
이번 수상으로 윌 스미스는 배우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게 됐다. 윌 스미스는 시드니 포이티어, 덴젤 워싱턴, 제이미 폭스, 포레스트 휘태커에 이어 오스카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다섯 번째 흑인 배우다.
역시 올리비아 콜맨('로스트 도터'), 페넬로페 크루즈('패러렐 마더스'), 니콜 키드먼('비잉 더 리카르도스'), 크리스틴 스튜어트('스펜서') 등 쟁쟁한 후보들을 뒤로하고 지명된 제시카 차스테인은 생애 첫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게 됐다. 그는 '헬프'(2012)와 '제로 다크 서티'(2013)로 각각 여우조연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오스카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방법
시상식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초청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오스카는 다른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 지지를 보냈다.
'듄'의 제이슨 모모아는 우크라이나 국기 색인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된 행커치프를 착용했다. 윤여정과 '패러렐 마더스'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다이앤 워렌, 제이미 리 커티스 등은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인 '#With Refugees'(난민과 함께) 문구가 적힌 파란 리본을 의상에 달고 참석했다.
'대부' 50주년을 맞아 무대에 오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과 배우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는 "비바 우크라이나!"(Viva Ukraine, 우크라이나 만세)를 외쳤다.
레바 매킨타이어의 공연을 소개하기 위해 나온 우크라이나 출신 배우 밀라 쿠니스는 "상상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계속 싸울 힘을 찾는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금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했다.
이어 오스카는 "영화는 분쟁의 시기에 우리의 인간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현실은 우크라이나의 수백만 가족에게 음식, 의료, 깨끗한 물, 응급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우크라이나를 향한 지원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