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A 씨 (우크라이나행 탈영병)
해병대원 A 씨. 휴가 중에 우크라이나 의용군으로 합류하겠다면서 돌연 출국을 했습니다. 폴란드에 내려서 폴란드 검문소까지는 통과를 했는데 우크라이나 검문소에서 걸렸죠. 왜냐, 우리 외교부가 미리 조치를 취해 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검문소에서 나간 뒤에 지금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도대체 왜 우크라이나로 떠난 건지 지금 안전에 문제는 없는 건지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은 없는 건지. 이게 외교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인지는 하고 있는 건지 등등등 직접 목소리를 좀 들어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요. 저희가 어렵게 어렵게 연락을 취했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시차 때문에 제가 어제 밤늦게 방송국에 나와서 녹음을 했는데요. 그 인터뷰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A씨 나와 계십니까?
◆ 탈영병 A씨> 네.
◇ 김현정> 지금 있는 장소를 구체적으로 말씀 해 주실 수는 없겠습니다마는 안전한 곳에 계신 겁니까? 폴란드에 계시는 거죠?
◆ 탈영병 A씨> 네.
◇ 김현정> 여비도 충분치 않을 텐데 어떻게 지내세요?
◆ 탈영병 A씨> 원래 제가 약간 좀 돈이 없어도 어떻게 남아 사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되나. 어렸을 때 가출했을 때도 돈이 없었는데 어떻게든 먹고 지냈어서 지금 어떻게든 살아남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폴란드 검문소까지는 통과를 했는데 우크라이나 검문소를 통과하지는 못한 거죠?
◆ 탈영병 A씨> 네. 이게 외교부 쪽에서 대사관한테 막아달라고 요청을 했었나 봐요. 저 또한 그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갔다가 넘지 못하는 일이 발생을 했습니다.
◆ 탈영병 A씨> 저는 일단 제가 온 목적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서였는데 한국에서는 법을 어기고 온 건 사실이지만 제가 온 목적이 따로 있잖아요. 귀국을 할 시간에 제가 빨리 들어가서 한시라도 1분이라도 빨리 들어와서 그런 생각을 가져서 귀국을 거부했습니다.
◇ 김현정> 휴가를 나왔다가 우크라이나행을 결심하게 되신 계기는 뭔가요?
◆ 탈영병 A씨> 일단 저는 휴가를 나와서, 일단 휴가 전에도 계속 도움을 줘야겠다. 예를 들어서 한 명이라도 대피를 시킨 다거나 그런 부분에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니까. 민간인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을 계속 보고 제가 전쟁 영상을 계속 받았어요. 그런데 뉴스에서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어린이집을 포격했다거나 민간인들을 무차별하게 학살하고 있다고 그런 뉴스를 계속 찾아봐서 이거는 진짜 한국법을 어기더라도 일단 가서 도와야 된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 김현정> 그런데 러시아군의 공격이 처음부터 상당했는데 좀 두려운 생각은 안 드셨어요?
◆ 탈영병 A씨> 솔직히 조금 두려웠던 건 있는데 이렇게 두려워할 시간에 빨리 마음 먹은 김에 가야겠다라고 생각을 해서 그냥 두려움을 다 떠나서 일단 오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게 탈영이잖아요. 군인 신분으로 이렇게 무단 출국을 하면 이거는 사실 탈영이 되는 건데요?
◆ 탈영병 A씨> 일단 마음에 걸리기는 하고 저 또한 이게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를 하고 있는데 군인 신분으로서, 아무리 탈영한 군인이어도 같은 사람인데 죽어나가는 게 좀 마음이 아프고 걸린다는 게 있죠. 그래서 뭐 탈영이라는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 일단 오게 됐습니다.
◇ 김현정> 군인인데 공항에서 걸리진 않았어요? 무사 통과가 됐습니까?
◆ 탈영병 A씨> 네.
◆ 탈영병 A씨> 일단 저는 한국에서 혹시 가서 데이터가 안 터질 걸 대비를 해서 구글 맵을 통해서 캡처를 하고. 제가 바르샤바 공항에서 미군들을 많이 봤어요. 미군이라든가 프랑스군이라든가 다가가서 어떻게 들어가냐 그런 식으로 그분들에게 조언 또한 참고를 해서 오게 됐습니다.
그분들도 의용군이어서 그런 분들 조언이 좀 저한테 도움이 됐고 제가 버스에서 잠들었는데 버스 기사 분이랑 타 있던 분들이 저를 깨워주셔서 여기가 국경이다. 여기에서는 우리 버스 들어가는데 너는 티켓이 국경까지고 그리고 너희는 아무래도 외국인 신분이다 보니까 너는 내려서 직접 들어가고 직접 알아서 가야 된다라고 설명을 들어서 거기서 국경을 걸어가려고 했는데. 폴란드 경찰한테 처음에 제지를 받고 폴란드 경찰이 또 지금 들어가면 죽는거나 마찬가지인데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했는데. 폴란드 경찰에서 민간인 차를 잡아서 저를 부탁해서 그분 차로 국경으로 들어갔어요.
◇ 김현정> 그런데 A씨는 평소 해병대 활동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컸다고 제가 들었는데요.
◆ 탈영병 A씨> 네. 복무한다는 자체에 자부심이 있었죠. 거칠고 더 강하고 더 사납고 그런 곳이니까 제가 거기를 거쳤다는 것 자체가 일단 자부심이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부조리란 부조리를 다 당해 봤고 이럴 바에는 전쟁 중인 나라에 가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가 죽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라는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군대 내에서 어떤 부조리가 발생 한 건지 이 부분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일 것 같은데요. 어떤 일을 겪으신 건가요?
◆ 탈영병 A씨> 일단 저는 처음에는 선임들한테 예쁨을 많이 받았어요. 제 맞선임보다 너가 낫다, 역시 남다르다. 전입 처음오자마자 선임들한테 이쁨 받았고 인정받았던 해병이었는데. 입대하기 전에 다리를 다쳐서 수술을 받아서 부사관을 준비하는 것 준비하는 것 때문에 아무래도 병사들한테는 부사관 이미지가 좋지는 않으니까 그때부터 너는 우리의 주적이니까 그냥 말도 걸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고 제 선임 중에 한 분이 얘 그냥 기열(기수열외) 처리해라, 기열이 약간 투명인간 같은 느낌인데 기열 처리해라. 너희 말하다 걸리면 죽여버린다라는 말을 했었고. 저는 솔직히 말해서 부사관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당하는 게 좀 억울하기는 하더라고요.
◇ 김현정> 부사관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왜 따돌림을 당하나요?
◆ 탈영병 A씨> 저도 그거는 아직까지 궁금합니다. 왜 제가 당하고 있었는지.
◇ 김현정> 신고를 하셨어요?
◇ 김현정> 숨만 쉬어도 욕이에요?
◆ 탈영병 A씨> 제가 뭘 하든 계속 뭐라해요. 그래서 와, 이거는 답이 없다라고 생각을 해서.
◇ 김현정> 그런데 A씨, 우크라이나행이 성사가 됐으면 모를까, 지금 그게 막힌 상황에서 차라리 한국으로 돌아와서 A씨가 겪은 그 부조리를 세상에 알리는 건 어떨까 저는 그런 생각도 드네요.
◆ 탈영병 A씨> 저는 조금 깜짝 놀란 게 여기 해병대 수사관들이 찾아오기는 해요. 찾아오기는 하는데 제가 그렇게 신고했을 때 들은 체도 안 하던 사람들이 저 한 명 잡으러 바로 빨리 오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그러니까 부조리 같은 걸 신고를 하면 들은 체도 안 해 주고 그냥 진짜 아예 사람이 얘기를 안 한 것마냥 그렇게 들은 체를 안 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여기 오니까 바로 잽싸게 오더라고요. 그러니까 저도 깜짝놀랐죠. 저는 이제 해병대 내에서 어떤 생각까지 했냐면 아, 여기 수사관들은 사람이 아닌가 보다, 그냥 로봇인가 보다. 그런 생각까지 했어요. 너무 느려서.
◇ 김현정> 그러면 그 DP분하고는 연락이 됩니까?
◆ 탈영병 A씨> 찾아오기는 하고 한 번 얘기는 했어요.
◇ 김현정> 그분들 통해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밝힌다든지 일종의 자수라고 할까요. 그런 의사를 밝힐 생각은 지금으로서는 전혀 없나요?
◆ 탈영병 A씨> 제가 들어가도 자진 귀국을 할 것이고 이분들이 협박 아닌 협박을 해요. 계속 달래주는 척 하면서 협박을 하거든요. 이렇게 제가 선택하는 것에 따라서 제가 책임질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문제는 군인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무슨 일을 당하면 이게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한국에서 우려가 큽니다.
◆ 탈영병 A씨> 네, 저도 그런 부분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듣기는 들었어요. 저도 이 부분에서는. 그런데 전에는 포로로 잡히든지 아니면 혀 깨물고 죽든지 하는 그런 계획이 있어서. 저는 그냥 포로로 잡힐 바에는 그냥 자폭을 해야겠다는 이미 생각을 하고 있어서.
◇ 김현정> A 씨. 제가 지금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금 우크라이나행이 막힌 상태에서 자진 귀국하는 방법을 고민하시면 어떨까 저는 그런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 탈영병 A씨> 네. 알겠습니다.
◇ 김현정>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국민들께.
◆ 탈영병 A씨>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고 안전히 저는 제 자신을 잘 지키는 사람이니까 너무 걱정을 안 해 주셔도 될 것 같다고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 김현정>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 탈영병 A씨> 아닙니다. 제가 감사드리고.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