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래 매년 법원에 접수된 소년보호사건은 3만 건이 넘는다. 또한 뉴스에 보도될 때마다 폐지 여론이 빗발치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으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소년범죄와 소년범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우리의 의식 밑바닥에는 이러한 문장이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소년범죄에 대한 혐오와 배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작품 역시 아니다.
'소년심판'이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가 단편적으로 생각해 온 소년범과 소년범에 대해 보다 다양하게 생각하고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보지 않으려 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보자고 말하는 것이다. 극 중 심은석 판사 역을 맡았던 배우 김혜수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 역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고 이야기했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
김혜수 : 물론 첫 번째 에피소드가 강렬하다. 너무나 잔혹하고 강력소년범죄였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회면을 봤을 때 늘 충격받는 사건들이 재현된 거 같아서 첫 번째 시리즈가 인상적이다. 또 하나는 일반적으로 강력 범죄를 많이 접하지만, 대부분의 범죄는 범죄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환경과 같이 간다. 그런 부분을 하나하나씩 짚어 줬다는 점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이자 비행 청소년인 서유리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소년범죄가 단순히 소년범과 판사 등 법조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예방, 재발 방지, 갱생을 위해 얼마나 많은 분이 희생하는지 자연스럽게 에피소드로 풀어냈다는 점도 인상 깊어서 그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김혜수 : 사실 많다. 내 대사라 치면,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시작한다. 심은석은 범죄를 혐오한다. 그렇지만 심은석이 단순히 액면 그대로 혐오하는데 그치는 캐릭터는 아니다. 혐오는 하되 법관으로서 어떤 책임을 가지고 어떤 판결을 하면서 어떻게 아이들을 이끌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리고 "실제 오늘 판결은 소년범들에게 처분을 내리지만, 이 처분의 무게는 보호자가 함께 느껴야 할 것"이라는 대사라든지, "오늘 판결을 떠나서 지금 나는 몇 명의 희생을 딛고 이 자리에 서 있나" 그리고 내 대사는 아니지만 차태주 판사 대사 중 "소년범을 비난하는 건 누구나 한다. 그렇지만 소년범에게 기회를 주는 건 판사밖에 못한다. 그게 내가 판사가 된 이유다"라는 대사가 있다.
실제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여러 판사님을 뵙고 이야기를 들어봤다. 법관으로 일하는 분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엄청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사실 나도 그랬고, 또 범죄자를 이해하고 범죄자에게 변명의 여지를 주자는 게 아니라, 그들이 왜 그랬는지, 그래서 우리 사회는 어떤 것들을 조성했고, 어른들은 얼마나 관심을 두고 책임 있게 아이들을 이끌고 그 이후를 고민했나 등을 생각하게 하는 대사였다. 그래서 특별히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 인상 깊다고 했던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는 대사는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대사이기도 하다. 이 대사가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혜수 : 대부분 우리가 소년범죄를 바라보고 인식하는 감정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심은석도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시작해서 종국에 가면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혐오하지만 소년범에 대해 어떠한 색안경도 끼지 않고 대할 거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바로 그 지점인 거 같다. 범죄를 혐오하되, 범죄 안팎의 가해자나 피해자로 개입된 청소년을 대하는 우리 태도 같은 것들을 생각하는, 정말 함축적인 대사 아닌가 생각한다.
김혜수가 말하는 소년범과 소년범죄에 관하여
▷ 소년범죄와 소년범하면 '촉법소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재정비와 폐지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가 궁금하다.
김혜수 : 소년범죄나 소년법, 특히 촉법소년 이슈에 대해서는 많은 분이 관심을 두고 의견을 내고 있다. 나 역시 그랬지만, 불만을 표하고 있는 분도 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실제 법관들을 만나 뵙고, 소년 법정에 참관하면서 경험해보니까 소년범죄, 소년범이라는 게 굉장히 단순한 논리로 무언가를 할 수 없는 거라는 걸 느꼈다.
물론 현실에 맞게 소년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데 일부 동의한다. 단지 개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개정 전에 이런 문제들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예방 방법과 개정 뒤 이를 뒷받침하고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함께 가야 한다. 그러려면 예산과 인력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전국에 소년판사가 20여 명이라고 한다. 작품을 준비하며 거의 절반에 가까운 분을 만났다. 그러면서 '이게 정말 우리가 굉장히 엄중하게 느끼는 소년범죄에 대한 시스템을 만들기에 합당한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예민한 사안에 앞서야 할 것들이 무엇이며, 이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김혜수 :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할 때만 해도 난 지속해서 청소년 범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법관들의 실질적인 이야기를 듣고, 소년 법정을 경험하고, 소년범과 주변인을 만나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다 보니 지금까지 나의 관심은 감정적인 접근이 대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나 소년범에 대해 분노하고, 어떤 사안에 대해서 안타깝거나 슬퍼하는 등 말이다. 내가 소년범죄나 소년범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너무 편협했다는 생각이 정말 크게 들었다.
아마 이 작품을 보는 분들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하시는 분들이 꽤 많을 거라 생각한다. 실제 우리 작품을 보고 나서 부부가, 아니면 부모와 자녀가, 아니면 친구끼리 소년범과 현행법에 대한 의견, 사회적 현상에 대해 대화를 시작하시는 것 같다. 의견을 의견 그 자체로 갖고만 있는 게 아니라 담론화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 자체가 참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우리가 가장 바랐던 방향이기도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