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유럽 순방 마지막 행선지인 폴란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이 자'(this man)라고 부르면서 "권력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cannot remain in power)"고 말했다.
또 "이 전쟁은 이미 러시아의 전략적 실패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신속하고 가혹한 대가만이 러시아의 진로를 바꿀 유일한 방법이라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권력 유지 불가' 언급은 러시아의 정권 교체 의미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푸틴의 퇴진을 촉구했다는 분석(AP), 미국의 대러 접근법의 중대 변화(CNN)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그러자 백악관이 진화에 나섰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 발언의 요점은 푸틴 대통령이 이웃국이나 그 지역에 대해 권력을 행사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그는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의 권력이나 정권 교체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뉴욕타임스는 해당 발언이 원고에 없던 즉석 연설(ad-libbed)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그 발언을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외교협회 리처드 하스 회장은 이날 트위터에서 "백악관의 진화(walk back)가 대통령 언급을 씻을 순 없을 것 같다"며 "푸틴은 그 발언을 그 동안 줄곧 그가 믿어왔던 것을 확신시켜줬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의 범위와 기간을 확장할 위험이 있는 나쁜 실수"라고도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것은 바이든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인들에 의해 선출된다"고 반박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푸틴 대통령을 자극할 만한 발언을 또 했었다.
그는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 우크라이나 소녀를 안고 사진 촬영에 응하면서 '피난민들의 고통에 비춰볼 때 푸틴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학살자(butcher)"라고 말했다.
앞서, 세르게이 루드스코이 러시아 참모부 제1부참모장은 전날 "작전 1단계의 주요 목표는 대개 달성됐다"며 "우크라이나 군대의 전투 잠재력이 상당히 감소한 만큼 돈바스 해방을 달성하는데 핵심적인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잇단 자극적인 발언들이 사그라져가는 우크라이나전쟁에 기름을 붓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