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vs'부끄러움' 춘천 레고랜드 향한 두 갈래 시선

춘천 레고랜드(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준공 기념식이 지난 26일 열렸다. 박정민 기자
불공정계약, 혈세 낭비, 유적 파괴 등 논란이 이어졌던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가 사업 시작 11년만인 26일 준공 기념식을 열고 본격적인 개장 준비에 돌입했다.

이날 춘천 중도 레고랜드 테마파크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운영사 영국 멀린 엔터테인먼트 닉 바니 대표는 "레고랜드는 글로벌 테마파크로서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선사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을 함께 추진한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우리나라 최초의 글로벌 테마파크를 갖게 돼서 너무나 자랑스러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 세계 10번째이자 처음으로 섬에 들어선 레고랜드인 춘천 레고랜드는 28만㎡ 부지에 40여개 놀이기구를 비롯해 다양한 전시물을 갖춘 테마파크, 호텔로 구성했다.
중도문화연대, 레고랜드 중단촉구 시민대책위가 26일 춘천 레고랜드 진입 교량 앞에서 레고랜드 사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정민 기자
하지만 사업 기간 지속돼 온 반대 여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준공 기념식이 진행되기 전부터 중도 입구에서는 여러 시민단체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레고랜드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없애고 선사시대 유적 위에 추진한 사업 자체도 문제지만 내용을 세심히 살펴보면 성공한 외자유치 사례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중도문화연대, 레고랜드 범시민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레고랜드는 춘천의 부끄러움이다. 레고랜드 밑에는 파괴된 중도 선사유적이 울고 있다"며 "중도 선사유적 파괴, 혈세낭비, 불공정 계약, 특혜시비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레고랜드가 11년 만에 개장을 앞두고 있고 준공행사를 진행하는 오늘까지도 레고랜드는 각종 문제로 얼룩져 있다"고 주장했다.

"강원도는 소중한 중도 땅을 파괴하면서 일자리 9천명 등 고용 효과를 홍보했지만 3월 현재 정규직 161명 중 강원도 출신은 고작 93명이다. 도민 혈세로 비정규직만 양산한 것이고 테마파크 연매출이 400억 원이 안되면 운영수익 한푼도 못 받는 상황이고 교통 대책 하나 만들지 못해 내놓은 대책이 입장객 제한이라니 한심할 뿐"이라며 강원도와 최문순 지사를 비판했다.
지난 26일 춘천 레고랜드 준공 기념행사 뒤 강원도-춘천시가 마련한 호수나라 물빛축제 장을 향해 한 중도 유적 보존 활동 단체 회원이 유적 훼손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정민 기자
레고랜드로 인한 경제 파급효과와는 별개로 잦아들지 않고 있는 부정적인 시각은 '레고랜드 코리아 총괄 개발협약(MDA)'의 불공정성에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야권과 시민단체는 물론 강원도청 직원들 사이에서까지 제기돼 왔다.

2018년 12월 다수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찬성으로 강원도의회를 통과한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 강원도 권리의무 변경 동의안(이하 동의안)'은 MDA 중 투자 확대를 결정한 영국 멀린사에게 시행권을 넘기는 내용과 강원도의 권리변경 등이 개정, 포함돼 있다.

당시 작성된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도가 최대 주주로 있는 엘엘개발(현 강원중도개발공사, 이하 GJC)의 총괄 개발협약 위반, 내부 승인절차 불이행, 기타 사유로 총괄 개발협약 효력이 상실되거나 협약 조건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멀린과 대행 업무를 맡고 있는 레고랜드 코리아가 입은 손해배상을 배상하도록 돼 있다.

반대로 멀린과 레고랜드 코리아가 협약 조건대로 사업을 이행하지 않으면 강원도, GJC가 입은 손해에 대해 강원도, GJC가 테마파크에 투자한 800억 원 한도의 배상의무를 부담하도록 계약이 체결됐다.

검토보고서는 "멀린과 레고랜드 코리아가 강원도 및 GJC에 대한 손해배상의 경우 800억 원으로 한정돼 있어 손해배상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없는 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멀린과 레고랜드 코리아가 강원도와 GJC에 배상할 금액은 한정돼 있지만 반대의 경우 배상액이 과도하게 책정될 가능성이 충분해 강원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테마파크 사업비용 2600억 원 가운데 멀린 1800억 원, GJC가 800억 원을 분담하도록 한 계약 중 멀린의 투자내역과 시기의 구체화, 명료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강원도내에서 2세부터 12세 연령을 대상으로 한 레고랜드 유사 테마파크 개발 시 사전협의가 필요하도록 규정한 부분 역시 현행 법률상 가능한 규정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레고랜드 전망대. 박정민 기자
멀린사에게 주는 혜택에 비해 강원도의 부담이 과다하다는 견해도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 지위인 멀린사는 법인세 7년 감면, 취득세와 재산세 15년간 100% 감면, 관세·개별소비세·부가가치세 5년 이내 100% 감면, 토지 무상대부 최장 100년 지원을 얻어냈다.

강원도는 테마파크 직접 투자 분담, 토지 무상임대 외에 투자 유치 지원으로 주변부지개발, 4천 대 수용 규모의 주차장 제공, 테마파크 홍보, 교통대책 등을 담당하고 있다. 강원도(GJC) 몫의 테마파크 임대수익율도 멀린사와의 사업계약 조기 체결을 위해 '추가 인센티브 제공'이라는 명목으로 공개된 수치 30.8%에서 3%로 10배 가량 축소한 사실이 강원CBS 취재로 드러나기도 했다.

영국 멀린사가 레고랜드 코리아를 통해 1800억 원을, GJC가 800억 원을 분담하기로 하면서 GJC 테마파크 지분은 30.8%로 인정받기로 했다. 시설 임대료 역시 이 지분을 근거로 조정됐다. 시설 임대료는 강원도가 무상 제공한 땅에 테마파크를 건설하면 멀린이 강원도 몫의 자산가치를 감정 평가해 매출에서 일부를 강원도가 최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GJC에 돌려주는 비용이다.

급감한 수익율마저도 레고랜드 테마파크 연매출이 400억 원 이하면 수익 배분은 이뤄지지 않고, 강원도는 고용창출과 지역 관광 경기 활성화 등 간접 경제효과에 만족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영필 레고랜드 코리아리조트 사장(왼쪽부터), 닉 바니 멀린 엔터테인먼트 대표, 존 야콥슨 레고랜드 총괄사장이 지난 26일 레고랜드 준공 기념식에 앞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박정민 기자
비판 여론에 대해 닉 바니 대표는 "우려사항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중도 문화재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중도가 레고랜드가 위치한 곳이라기보다는 춘천시민의 섬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아름다운 공생관계를 유지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필 레고랜드 코리아리조트 사장도 "지역사회 기여, 청년 고용 등 기회를 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우려의 목소리를 충분히 알고 있고 충분한 노력을 약속하겠다"고 전했다.

춘천 레고랜드는 4월 시범 운영을 거쳐 5월 5일 어린이날 정식 개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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