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발사에 갈등 숨고르기…"안보 협력 지속" 약속도
전날 윤 당선인이 직접 문 대통령의 한국은행 총재 지명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문 대통령은 답답함을 호소하는 동시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겨냥한 듯 '회동 문제를 당선인이 직접 판단해달라'고 말하는 등 직접 충돌 양상까지 발생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신구 권력 갈등이 휴전 상태에 돌입한 이유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이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을 4년 만에 뒤집고, 미국과의 대결 의지를 천명했기에 향후 핵능력 고도화에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해석된다. 정권교체기 한반도 정세의 긴장감이 급속도로 높아진 것이다.
결국, 양 측이 상대방을 탓하며 갈등을 지속할 명분이 사라졌고, 오히려 안보 위기 속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무엇보다도 북한이 나아가려는 방향을 고민하며 군사적 대비조치 등에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할 시기"라며 "정권 이양기 안보 상황에 대한 협력과 정보 공유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오후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로 윤 당선인을 찾아가 북한의 ICBM 발사 동향을 브리핑하고, 정부의 향후 대응 계획 등을 상세히 공유했다.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에서 "국가안보실은 당선인 측과 정부 교체기에 외교안보 현안에 빈틈없이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며 향후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5월 10일 이전·감사위원 임명도 정리…"文-尹 만나 국민 안심시켜야"
또 그간 양 측의 회동을 가로막았던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은 5월 10일까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는 문제는 물리적으로 어려워졌기에 집권 이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감사위원 임명 문제는 절차상 대통령에게 후보자를 제청해야 할 감사원이 "현 시점처럼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논란이나 의심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발을 뺐다. 합의를 통해 접점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첨예하게 대립해야 할 상황은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양측의 회동을 위한 실무 협상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어 짧은 시일 내 회동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날 문 대통령의 추가 회동 제안) 이후에 (청와대로부터) 제가 전화나 문자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도 "실무협상이 교착상태라 삽시간에 회동이 이뤄지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안보 위기를 계기로 양측의 만남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역설적으로 북한의 ICBM 발사가 회동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며 "물밑에서 양측이 합의를 보지 못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지만,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대통령과 당선인이 안보 상황 등 핵심 의제만을 놓고 회동해 국민들을 안심시켜 드릴 필요성이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