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하면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진 가운데, 정부가 1가구 1주택자에 한정해 보유세를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하면서 조세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년보다 17.22%(전국 평균) 오른 2022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하며 1주택자 보유세는 지난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한다고 밝혔다. 세부담이 급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다만 다주택자는 보유세 완화 방안에서 배제되면서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주택자도 올해는 전년에 비해 세 부담이 크게 늘지 않지만 이는 올해만 적용되는 '임시 정책'으로 새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이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올해 미뤄진 세금을 내년에 내야한다.
보유 주택 수에 따른 차등과세를 둘러싼 조세저항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세제가 유지된다면 집이 두 채라는 이유로 고가 아파트를 1채 가진 사람보다 곱절이 넘는 세금을 물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격화되기 때문이다.
세 부담, 초고가 1주택자 < 고가 2주택자…강남 1주택자 < 강북 2주택자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120.82㎡) 한 채의 공시지가는 26억7600만원, 해당 주택 2채를 보유하고 있다면 공시가 총액은 53억5200만원으로 한남더힐 1채에 못 미친다. 하지만 도곡렉슬 2채를 보유하고 있다면 올해 1억8478만원의 보유세를 내야한다. 한남더힐 1주택자보다 2배 많은 보유세를 내는 것이다.
올해 공시지가가 26억500만원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84㎡)를 보유한 1주택자는 올해 2414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84㎡)와 서울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84㎡)을 보유한 2주택자는 올해 3312만원의 보유세를 내야한다. 마래푸와 한신한진의 공시지가는 각각 13억8200만원, 5억4천만원으로 2채의 공시가격을 합해도(19억2200만원) 반포자이 1채의 공시가격에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부담하는 세금은 더 많은 것이다.
尹 "종부세 기준, 보유 주택 호수→가액…장기적으론 재산세와 통합"
자산가치가 아니라 보유주택호수에 따라 부담하는 세금이 크게 달라지면서 조세형평성 문제 개선을 위한 세제 개편에 대한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이런 문제 의식에 따라 보유주택 호수에 따른 종부세 차등 과세를 가액 기준 과세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는 종부세를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2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경제2분과의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 직접 참석해 "다주택자 규제에 대한 의견이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매매는 시장과 관계가 있다", "다주택자라고 무리하게 규제하는 게 과연 맞는지 더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인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오문성 교수는 "가액기준으로 바꾸자는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측면이 있지만 종부세는 재산세와 과세대상이 완전히 일치는 비합리적인 이중과세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며 "재산세를 종부세에 통합하고, 고가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싶다면 누진세율을 강화하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부동산 세제 개편, 특히 종부세 개편이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직방 빅데이터랩 함영진 랩장은 "종부세를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배분받고 있는 재정여건 낮은 지자체들의 반대와 국회 모법 개정의 허들을 넘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여소야대 정국 속 법 개정과 관련해 협치를 이끌어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행 세제 유지되면 똘똘한 1채 현상 가속 전망"
한편 보유주택 호수에 기반 한 현행 부동산 세제가 유지되는 한 다주택 대신 고가주택 1채를 보유하는 이는 이른바 '똘똘한 1채'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똘똘한 1채 보유 심리가 강해질 것 같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 종부세 기준을 보유주택호수에 따른 차등과세를 가액기준 과세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있어서 지방은 똘똘한 1채 보유 경향이 덜 하겠지만 서울과 수도권은 지방보다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해당 공약이 실현되더라도 큰 혜택을 입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