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시장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해 말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로 높아졌던 은행의 대출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전세대출 한도가 확대되는가하면 금리까지 낮췄다. 최근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이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는 한편,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2년 6개월 만에 최대로 벌어지는 등 상황 속에 비판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 은행권은 잇달아 대출 문턱을 낮췄다. 신한은행은 25일부터 모든 전세자금 대출 상품의 금리를 0.1%포인트 인하한다. 앞서 우리은행도 전세대출 금리를 낮췄다. 오는 5월 31일까지 전세대출 상품과 주택·주거용 오피스텔 담보 대출에 연 0.2%포인트의 '신규 대출 특별 우대금리'를 신설했다. 시중은행들이 취급하는 전세대출은 더 폭넓게 완화됐다. 국민, 신한, 우리, 농협, 하나 등 시중은행들은 앞서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전체 보증금의 80%'로 원상복구했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는 전세대출 금리에 이어 신용대출 금리도 인하했다. 카카오뱅크는 중신용 대출과 일반 전월세 보증금 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를 각각 0.50%포인트, 0.20%포인트 인하했다.
최근 이어지는 은행들의 이같은 조치는 은행권 가계대출이 최근 감소세로 돌아선 영향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1천억원으로 1월 말보다 1천억원 감소했다.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지난해 연말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연말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규제 고삐를 바짝 당겨쥐었다. 특히 가계대출 총량제로 은행들이 취급할 수 있는 대출이 한정됐었다. 하지만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서며 여유가 생기자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은행들의 금리 인하는 다르게 해석될 여지도 있다. 대출상품 금리를 결정하는 코픽스와 금융채 금리가 오르는데도 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 1월(1.64%)보다 0.06% 포인트 높은 1.70%로 집계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차기 윤석열 정부가 후보시절부터 가계대출 규제 완화를 공약한만큼 은행도 이에 맞춰나가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의 공약에는 생애 최초 주택 구매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80%로 완화하고 전세대출을 지원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특히 예대금리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부분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대출금리와 달리 예금금리 인상 속도는 더디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도 금융 소비자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면서 예대금리차 축소와 공시 의무화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잔액기준 2.24%포인트로, 2019년 7월(2.24%포인트) 이후 3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