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권 교체기와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는 국제적으로 어수선한 상황 속에 북한이 ICBM 카드를 쓴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이번엔 화성 17형"
화성 17형은 2020년 10월 열병식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는데 일단 사거리가 더 길고, 다탄두 탑재가 가능해 화성15형보다 진일보한 ICBM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레드라인 넘었다?
다만 북한은 이번에도 고각발사로 일본 열도 안쪽으로 미사일이 떨어지도록 궤도를 짰다. 일본을 넘어 먼 태평양에 떨어졌다면 확실히 미국을 노렸다고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힘 조절을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정점 고도나 발사 거리를 계산하면 미사일이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건 확실해 보이는데 문제는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열에서 탄두를 보호하는 기술, 목표물에 명중시키는 정확도 향상 기술은 미지수로 남아있다. 북한도 이 부분에서 기술을 계속 보완해야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미사일 도발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한국, 미국, 국제사회 공백 노렸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문제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 북한까지 진지하게 대응할 겨를은 없어 보인다.
또 유엔 차원에서도 만장일치로 결의안이 채택되는 안보리 의사결정 구조상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 등 다른 회원국에 거부권 행사를 할 게 분명해 보이기 때문에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도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북한은 다음달 15일 태양절, 즉 김일성 생일을 맞아 주민들에게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으로, 결국 북한은 여러 공백이 발생한 지금이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우리나라도 지금 정권 교체기인데다 집무실 이전 등으로 안보공백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이라 북한에 강력한 대응을 하기 힘들다는 점도 고려된 걸로 보인다.
▶장기전 준비하는 북한…도발 더 잦아지고 과감해진다
이 과정에서 북한 또한 역시 핵무기를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교훈을 얻었을 걸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북한 문제 해결에 큰 관심이 없었고 사실상 오바마 행정부때의 전략적 인내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대화보다는 북한 핵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제재와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북한으로선 대화보다는 힘을 기르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날 조선중앙통신도 이번 미사일 발사가 "미국과의 장기적 대결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전을 공개적으로 예고한 것이라 앞으로 추가적인 미사일 개발 실험은 물론이고 핵 실험 재개까지 나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반도에는 다시 긴장이 높아지고 있고,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안보위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