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측이 고위직 인사 문제로 연일 충돌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감사원 감사위원 1명에 대한 임명이다. 신구 정부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정국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할 정도로 감사위원이 중대한 의미를 가진 자리인 걸까?
양측 협상 이면을 살펴보면 감사위원 임명 그 자체의 중요성보다는 인사를 둘러싼 양측의 의심과 자존심 싸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측에서는 청와대가 임기 말 감사위원 임명을 끝내 고수하려는 것과 관련해 "청와대는 뭐가 두려운게 있느냐"(장제원 실장)며 대놓고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즉, 감사원이 전 정권 감사를 원활하게 하지 못하기 위해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알박기 의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총 7명인 감사위원 중 문 대통령이 임명해 재직중인 3명의 위원에 더해 우호적 인물 1명 더 채우면 4:3의 구도가 되기 때문에 이에 집착한다는 것이 윤 당선인 측의 주장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시절에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이후에 이번 정부가 감사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입장은 결이 다르다. 감사위원 임명 그 자체보다는 문 대통령의 인사권 수호에 더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대놓고 우리측 사람을 무리하게 채우려는게 절대 아니다. 그건 나중에 알게 된다"며 "당선인측과 협의했던 마지노선도 깨지고 4개 자리(한은총재, 감사위원 2명, 선관위원 1명)를 일방적으로 다 내놓으라고 하는게 문제"라고 말했다. 일례로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말에도 청와대가 공석이었던 감사위원과 선관위원을 임명했지만 이명박 인수위원회 측에서 "이해한다. 크게 문제될 것 없다"며 넘어간 과거 사례를 상기하기도 했다.
특히 당선인 측에서 인사 문제를 대통령과의 회동과 연결지어 "조건이 안 맞으면 안 만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에 상당히 불쾌해 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이날 입장을 내고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하고 혹시 참고될만한 말을 주고받는데 무슨 협상이 필요하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감사 방해를 위한 알박기'와 '대통령 인사권 무시'라는 두 갈래의 의구심들이 쌓이면서 상황이 더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그대로 인사권을 강행하고, 윤 당선인은 취임 전 문 대통령과 만남 조차 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것일까?
아직 소통의 불씨는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당선인이 대통령을 예방하는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거듭 만남을 제안했고, 윤 당선인도 '인사 문제가 조율되지 않으면 회동이 어려운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회동 문제는 또 차원이 다른 문제 아니겠나"라며 여지를 남겼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정 발사체를 쏘아올리면서 안보 위기가 극도로 고조된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은 북한이 ICBM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상황이기 때문에 진영에 관계 없이 단결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기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참모를 끼지 않은 두 사람의 만남과 직접 소통과 협의만이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길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