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의 대유행이 정점에 이르면서 사망 피해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위중증 환자는 2주 넘게 1천 명대를 유지하면서 다소 정체 상태에 있는 반면 하루 사망자는 500명에 육박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델타가 유행했던 작년 말까지 신규 확진의 후행지표인 중증·사망이 동시에 오름세를 보이는 것이 상식이었다면, 지금은 통계 상 사망의 급증세가 훨씬 뚜렷한 상황이다. 정부는 현 시점에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코로나 감염에 의한 임상증상보다 기저질환 악화사례가 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순수한' 코로나19 증상과 기저질환의 엄격한 분리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또 신규 발생과의 시차를 고려할 때 앞으로 중증·사망은 정부의 예상치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증보다 빠른 사망자 증가, 기저질환 탓?…"부적절한 표현"
25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사망자는 470명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많았다. 신규 환자가 20만~60만을 오가는 가운데 이달 들어 하루 사망자는 지난 2일(96명)을 제외하곤 모두 세 자릿수를 이어왔다. 최근 1주일만 보면 18일 301명→19일 319명→20일 327명→21일 329명→22일 384명→23일 291명→24일 470명 등 하루 평균 약 346명(총 2421명)이 숨졌다.만 2년여 간 누적된 사망자(1만 3902명)의 17.4%가 7일 동안 발생한 것이다.
이와 달리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당초 예상만큼 극적인 증가세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이달 8일 1천 명을 처음 넘어선(1007명) 이후 16일 1244명까지 치솟았다가 21일 1130명→22일 1104명→23일 1084명→24일 1081명 등 소폭 감소세를 나타냈다.
정부는 오미크론의 '낮은' 중증도와 치명률을 근거로 코로나에 의한 호흡기 증상보다 확진자의 기저질환이 사망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백브리핑에서 "오미크론으로 인한 사망자도 분명 증가했을 거다. 다만, 위중증 증가추이가 그리 높지 않은데 사망자가 (더)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미크론으로 인한 호흡기 증상은 상당히 낮게 나타나면서, 기저질환에 의한 중증 환자들이 사망으로 들어가는 게 (통계에) 같이 잡혀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 감염과 상관없이 기저질환의 악화가 독립적으로 이뤄진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2가지 지표(중증-사망)의 연관성이 약화되고 있는 부분이 해석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확한 판단은 유보했지만, 자칫 코로나19 감염보다는 기저질환의 악화가 미친 여파가 더 클 수도 있다는 분석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기저질환 간의 구분이 사망자 급증의 본질을 가린다고 지적한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매일 환자를 옆에서 쳐다보는 입장에서도 기저질환이 진행돼 사망을 한 건지, 코로나 자체가 더 영향이 컸던 건지 감별이 쉽지 않다"며 "그럼 애초에 (기저질환에 의한 사망을) 다 나눴어야지, 왜 사망자 통계를 그렇게 집계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격리해제 이후 사망한 환자에 대해서도 사망보고 등을 더 엄격하게 했어야 한다. 이제 와서 사망자가 많이 나오니 (원인을 기저질환에 돌리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라며 "사람들을 더 혼란에 빠뜨리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지적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도 "코로나19 사망자의 95%는 다 기저질환이 있다.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사망 위험이 높다고 하는 것"이라며 "(기저질환을 배제하면) 지금 사망자의 5%만이 '순수하게' 코로나19로 숨졌다는 건데, 말도 안 되는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전실 조치, 일반병동 격리환자 등…"중환자 병상 가동률 실제로는 더 높아"
정부가 집계 중인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실제보다 도리어 축소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일례로 '병상 효율화'를 명목으로 정부가 일선에 내린 전실(병실 이동) 지침의 경우, 입원기간을 획일적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어 현장 의료진의 판단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는 중증병상에 입원한 환자는 검체 채취일로부터 20일, 준중증·중등증 병상 환자는 10일로 격리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이 기간이 지난 환자들에 대해서는 매주 전실 또는 전원 권고를 내리고 있다.
김 교수는 "환자 밀어내기로 (병상 가동률) 숫자를 낮게 유지하려는 것"이라며 "중환자를 전실시키는 것은 의사의 고유 권한이고, 환자의 상태를 최우선으로 봐야 하는데 열흘이나 20일이 되면 '다른 곳으로 보내라' 하니 의사들이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의료진이 보호자를 설득하기 얼마나 힘든 줄 아나"라며 "지금 중증병상 가동률이 60%대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정부가 숫자를 '분식 집계'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의료기관 입원 후 확진된 기저질환자들을 음압 격리병상이 아닌 일반 병동에서 치료하는 '서울대병원 모델'도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중증 기저질환자의 오미크론 증상이 경미한 경우, 코로나19보다 원(原) 질환 치료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코로나 회복을 위한 음압병상 입원으로 기저질환 진료에 더 소홀해지는 일은 방지하겠단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확진자들이 격리 중인 일반 병동은 병상가동률 수치에 포함되지 않고 있단 점이다. 각 병원별로 별도 집계를 요구할 상황도 아니고, 요청할 계획도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입원 시 다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하고 있지만 잠복기인 경우 2~3일 있다가 감염이 확인되는 환자들이 있다"며 "이런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보낼 수도 없으니까 한 층을 격리병실로 운영하며 입원치료 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이런 환자들이 사망했을 때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기저질환으로 숨졌다고 강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일 사망자 1천 명 넘을 것" "위중증 많으면 2700명까지 증가"
전문가들은 우리 의료체계가 향후 감당해야 할 중증·사망 피해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일일 사망자) 470명은 신규 환자가 20만~25만이었을 당시 확진돼 치료를 받다 끝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라며 "이후 (하루 확진자가) 40만, 62만이 나왔으니 앞으로 1~2주 뒤에는 이 숫자에 적어도 '곱하기 2'를 해야 한다. 1천 명도 얼마든지 넘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행 정점이 지나면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갈 수 있다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 직후에는 위중증과 사망자의 정점이 기다리고 있다"며 "이렇게 고령자가 한꺼번에 많이 돌아가시면서 국내 평균수명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 교수 역시 "우리가 '환자가 진짜 많이 나온다' 했던 게 1주일부터 열흘 전 아닌가. 지금 사망한 분들은 열흘에서 2주 전에 감염된 분들"이라며 "60만 발생 등에 따른 사망자는 다음 주와 2주 뒤에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중증 환자에 대해서도 "정부는 2천 명 정도를 최대로 보는 것 같은데 더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2500~2700명까지도 갈 수 있다 본다"며 "나중에 예년에 비해 '초과 사망'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통계적으로 확인해야 중증환자가 어느 정도 (실제보다) 축소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영국 같은 경우 확진 판정을 받고 한 달 이내 숨진 사망자는 다 코로나 사망자로 집계한다. PCR 양성이 아니라 해도 의사가 감염을 의심하는 사례라면 (통계에) 포함된다"며 격리해제 후 사망한 환자, 미처 양성 판정을 못 받은 환자 등까지 본다면 사망자 규모는 배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