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체크]유승준 '관광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가수 유승준(45·스티브유). 연합뉴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병역 기피 논란을 일으킨 가수 유승준(45·스티브유) 씨가 20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을지를 놓고 관측이 분분하다.
 
지난 2002년 한국 국적을 포기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그는 현재까지 한국 비자 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마찰을 빚어오고 있다.
 
유씨 측은 "사증 발급 거부 처분 자체가 헌법상 비례·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이전 판결의 기속력에도 반한다"고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외교부도 재외동포 비자(F-4)를 고집하는 그가 제출한 발급서류의 방문 목적이 '취업'임을 적시하며 "원고 본인의 사익 달성 이유로는 한국 입국을 허용할 수 없다"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21일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사증 발급 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 변론에서 다음달 28일을 선고기일로 정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 다수의 누리꾼들은 "미국인인 유승준이 한국에 오고 싶다면 관광비자로 쉽게 들어올 수는 상황"이라며 "굳이 취업 목적의 비자를 받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억지"라고 반응했다.
 
과연 미국 국적 신분인 그는 관광비자로 한국에 입국할 수 있던 것일까.

미국인이라면 비자 없이 韓서 단기 체류 가능…스티브유는?

사증면제협정 체결국가.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결론부터 꺼내자면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상호주의와 국가 이익을 고려해 미국을 입국 허가 대상국가로 지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인은 무비자여도 관광 및 상용 목적으로 한국에서 '90일간 단기 체류'를 할 수 있다. 이를 넘겨 체류가 필요한 경우에는 체류 목적에 맞는 비자를 받아야 한다.

LA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자의 경우 관광통과, 상용, 회의참석, 친지방문 등의 목적으로 90일간 한국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다만 한국에서 체류기간 연장은 불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미국인 스티브유에는 예외 사항이 적용된다. 법무부 측은 24일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미국인인 유승준씨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것은 맞지만, 현재 그는 '입국 금지자'로 분류돼 있어 어떠한 비자 유형과 상관없이 한국에 입국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한국 입국에 사활 건 한 미국인…길고 긴 20년의 서막

황진환 기자
20년간 이어진 길고 긴 싸움의 시작. 2001년은 그가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해이다.
 
이후 유승준은 공연 등의 이유를 들어 돌연 해외로 출국했고, LA 법원에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뒤 한국 국적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의 병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돌아올 것 같지 않았던 그는 지난 2002년 1월 미국 국적 취득 직후 미국 여권으로 '90일간의 단기 체류'를 위해 비자 신청 없이 입국하려다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다. 인천공항 입국심사 단계에서 법무부 직원은 '입국금지' 조치가 돼있음을 통보했고, 유승준은 그대로 미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당시 병무청장은 법무부 장관에게 "병무청의 국외여행허가를 받고 출국한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사실상 병역의무를 면탈한 유승준의 입국 자체를 금지해달라"며 사실상 '괘씸죄'를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 제1항 3호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 제1항 4호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이에 법무부 장관이 병무청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유씨는 '출입국관리법' 11조 제1항 3호, 4호에 따라 입국 금지 처리가 됐다. 그는 현재까지도 법무부 내부 전산망인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에서 이름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
 
유승준이 한국 땅에 발을 붙인 건 지난 2003년 법무부 특별허가를 받아 약혼녀 부친상 문상을 위해 들른 사흘뿐이었다.

외교부 '취업' 목적 비자라서 태클?…전문가 "최선의 선택"  

법무부. 연합뉴스
법무부 출입국 관리 정보 시스템의 '입국 금지' 명단에 20년간 올라있는 그가 재외동포 비자(F-4)를 취득하기 위해 적어낸 목적은 '취업'이었다. 반면 외교부 측은 본인의 사익 달성을 위해서라며 반대했다.
 
사실 법무부 출입국 관리 정보 시스템에 있는 '입국 금지' 명단의 특수성만 제외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는 그가 F-4 비자를 선택한 건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외국인 출입국업무 전문가인 배진석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유씨 입장에서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재외동포를 위한 비자(F-4)를 취득하는 게 다른 비자보다 받기 쉽고 편했을 것"이라며 "외교부 논리대로라면 현재 그가 관광 등 어떠한 비자를 신청한다 해도 현재 상황에서 받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대학원 등에 진학하며 '유학 비자'를 신청하거나, 거액의 투자를 조건으로 하는 '투자 비자'도 가능했겠지만 결국 선택지는 F-4 비자밖에 없었을 거란 의견이다.
 

재외국민 국적변경자 연간 약 4천명이라는데…혼자만 차별?

스마트이미지 제공
병무청에 따르면 국적상실 및 이탈에 따른 병적 소멸 현황은 2015~2020년까지 5년간 약 2만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입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의 입국금지 결정이 없는 사람에 한해서만 단기체류를 목적으로 입국할 수 있다. 만 41살이 넘으면 재외동포 체류자격으로 F-4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장기 체류도 가능하다.

연평균 4천명에 이르는 이들이 모두 입국금지 결정을 받은 건 아니기 때문에, 오직 유씨만 차별한다고 볼 수는 없다.
 
배 변호사는 "외교부의 사증 미발급 처분 결정의 근거가 되는 것이 병무청의 요청에 의한 소위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외부적으로 공개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누가 올라와 있는지 확인이 불가한 상태"라고 밝혔다.
 

20년간 치열한 싸움은 끝이 날까…마침표는 누구에게

 
연합뉴스
유씨가 한국 입국 비자를 발급해달라며 낸 두 번째 소송의 결론은 오는 4월 28일에 나온다.
 
앞서 대법원은 파기환송을 결정한 판결문을 통해 "(재외동포체류자격 F-4비자의 근거법인) 재외동포법에서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비춰봐도 재외동포(유승준)에 대한 기한의 정함이 없는 입국금지 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법무부가 유독 유승준에게 '무기한 입국금지'를 하고 있는 점이 사실상 잘못됐다고 대법원이 지적한 셈이다. 하지만 LA 총영사관 측은 "유승준의 사익보다 국방의 의무로서 가져야 할 공익의 가치가 더 위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20년간 싸움의 마침표는 누구에게 찍힐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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