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기여 아닌 생존 문제…산업계 '탄소중립' 드라이브

전력, 철강, 자동차 등 '주범'들 탄소중립 노력
RE100 캠페인 동참 국내 기업체도 속속 등장
"기후변화 무대응시 한국경제 쇠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2050년 탄소중립 기치를 내걸고 에너지와 산업구조의 개편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업계도 각자의 위치에서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녹색연합은 일부 그룹사가 국내 온실가스 배출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자산총액 상위 10대 기업집단에 한국전력까지 11개 그룹이 2020년 우리나라 배출량의 64%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배출량이 상위에 링크된 기업집단은 한국전력,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이었다. 이들 업체는 원료 자체나 제조 과정의 특성상 탄소배출이 불가피하다. 배출량 감축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 동시에 이를 극복만 해낸다면 국가적 감축에 크게 기여한다는 게 이들의 특징이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대량배출 기업체들 탄소중립 노력


한국전력은 지난해말 'KEPCO 탄소중립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켜 탄소중립 전략을 세워나가고 있다. 한전은 2026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1102.9MW까지로 5배 이상 확대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고, 탄소섬유를 활용한 초경량·대용량 전력선 제조 기술 연구에 카이스트와 공동 착수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37%를 발전 등 에너지 전환 부문이 차지한다. 한전의 성과는 37% 비중을 얼마로 낮출지를 결정하게 된다.

한국전력과 6개 발전공기업은 지난해 11월 탄소중립을 위한 비전 'ZERO for Green'을 선포했다. 한국전력 제공
포스코는 2020년 말에 일찍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 선언했다. 2019년까지 3년간의 온실가스 배출량 평균치에 대해 2030년에 10%, 2040년에 50% 감축한 뒤, 2050년 최종적으로 '넷 제로'를 이룬다는 것이다.
 
또 포스코 포함 6개사는 정부·학계와 함께 '그린철강위원회'를 최근 출범시켜 '2050 탄소중립 전략'을 연내 수립하기로 했다.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전체의 16.7%에 달한다.

현대차는 탄소중립 달성 시점을 정부보다 5년 앞당기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9월 공개한 '2045년 탄소중립' 구상은, 2040년까지 운행과 생산공정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75% 감축하는 과정을 거쳐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업계 선두에 있는 수소차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한편, 세계 전기차 시장도 꾸준히 공략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국적 에너지업체 쉘과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해외 경쟁사와 각국 철강협회 등을 초청해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을 열고 탄소중립을 논의했다. 포스코 제공
이밖에 SK는 그룹 차원에서 2030년 2억톤 탄소 감축을 선언했고, GS의 핵심계열사 GS칼텍스는 국내 최초로 '탄소중립 원유'를 도입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 등 6대 조선사도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태다.
 
삼성은 굴지의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 등 전체 계열사를 아우를 수 있는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계열사 중에는 삼성물산이 2020년 10월 일찍이 탈석탄을 선언했다.
 

재생에너지 사용 '자발적 의무' 확산


RE100 회원사들 로고
이 맥락에서 RE100에 참여하는 우리 기업체도 늘고 있다. 2050년까지 전력의 100%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국제협약이나 기구가 아니지만, 애플, 구글, GM 등 세계 358개 기업체가 RE100에 가입했다.
 
회원사의 75% 이상이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를 2030년으로 잡고 있으며, 70여개 회원사는 이미 목표의 90%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업계도 RE100에 15개 기업체가 가입해 목표 시기를 2030년부터 2050년까지 제각각 제시하고 있다. 특히 SK그룹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7개 계열사가 회원이 돼 있다. 이들 외에 현대차그룹 주요 5개사도 가입 절차를 밟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탄소중립 실패, 경제 쇠퇴로 직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2050년 탄소중립은 국가적 목표로 규정됐다. 탄소중립 추진은 단순한 환경보호나 사회기여가 아니라, 기업체 자신들의 목표가 된 상황이다. 나아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민감한 미국·유럽 시장에서 한창인 초국적 기업체들의 탄소중립 드라이브를 회피할 방법이 없다. 세계 공급망에서 배제당하지 않도록 보조를 맞춰야한다. RE100 달성을 2025년으로 정한 애플은 삼성전자 등 100여개 협력사에 RE100 가입을 압박하고 있다.
 
딜로이트 경제연구소는 지난해 8월 보고서에서 2030년 탈탄소화 성공시 2070년까지 2300조원의 경제적 이익이, 실패시 같은 기간 935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보고서에는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성장'으로 점철된 한국경제의 다음 장은 '쇠퇴'로 바뀔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겼다.

딜로이트 경제연구소는 '한국 경제의 터닝포인트 – 기후 행동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주도한다'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경우 2070년까지 우리나라에 935조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딜로이트 보고서 발췌
산업계 인식도 다르지 않다.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지금 추격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선도자가 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며 "탄소중립의 달성은 우리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차별화된 미래 경쟁력을 담보하고 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신년사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가속화 등 저탄소 시대의 기술 리더십을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한다. 친환경 글로벌 거점을 중심으로 현지 투자와 협력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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