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도드람 2021-2022 V리그' 우리카드-삼성화재의 시즌 6차전이 열린 23일 서울 장충체육관. 경기 전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은 이날 그동안 출전이 많지 않았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화재는 최하위로 포스트시즌(PS) 진출이 무산된 상황. 주포 러셀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빠진 만큼 다음 시즌을 위해 경험을 쌓게 하려는 의도였다. 세터 황승빈, 노재욱도 출전할 몸 상태가 아니었다.
한때 프로배구를 호령했던 명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몇 년 동안 삼성화재의 부진은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삼성화재는 프로배구 원년(2005년)을 비롯해 2007-08시즌부터 7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는 등 최강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최근 4시즌 동안 삼성화재는 봄 배구에 초대를 받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2년 연속 정규 리그 최하위에 머물 위기다.
2003년 입단해 선수 시절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함께 한 고 감독은 지난해 사령탑에 오른 뒤에는 완전히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 박철우(한국전력), 박상하(현대캐피탈) 등 예전 주축들이 팀을 떠난 가운데 어린 선수들의 기량이 아직 올라오지 않고 있다.
삼성화재와 최고의 라이벌 구도를 이뤘던 현대캐피탈 올 시즌 최하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2년 연속 두 팀이 순위표 가장 밑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고 감독과 삼성화재의 영광을 이끌었던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도 최근 팀을 리빌딩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대해 고 감독은 "(선배인) 최 감독과도 많이 얘기를 하고 있다"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전했다. 이어 고 감독은 현대캐피탈과 라이벌 구도 재형성에 대해 "그렇게 되려면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화재는 러셀이 빠진 가운데 역시 외인 알렉스가 결장한 우리카드에 0 대 3 완패를 안았다. 신장호(14점), 정수용(12점) 등이 분전했지만 나경복(23점), 송희채(13점) 등이 활약한 우리카드에 밀렸다.
경기 후 고 감독은 "백업 선수들이 많았는데 모두 최선을 다해줘 감독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편하게 기량을 발휘해보라고 했는데 선발로 나와 뛸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은 것"이라면서 "좋은 경험이 됐을 것"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