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사면, 한은 총재, 용산 이전 논란까지…'신구 권력' 거듭 충돌
대선이 끝난 지 보름이 흘렀지만 윤 당선인은 '정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선 승리 후 불과 일주일 만에 MB(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공공기관 인사권,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문제 등 문재인 정권과 갈등의 기폭제가 된 소재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문제는 해당 논란들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차기 한국은행 총재 인선을 두고 현 정권과 물밑 신경전을 벌였던 윤 당선인 측은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을 강행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하자, 윤 당선인 측은 해당 인선과 관련해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즉각 반박했다. 이에 청와대 측이 재차 윤 당선인 측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고,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협의 절차가 없었다고 정면 반박하는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공방이 오갔다.
인수위 출범과 함께 '의제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도 소모적인 정쟁이 길어지고 있는 것을 두고, 윤 당선인 측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수위 기간 동안 향후 5년 간 국정과제를 설정하고 취임식과 함께 컨벤션 효과를 최대한 누리는 게 통상적인 전례였다. 그런데 이번엔 당선 직후부터 '지는 해'에 불과한 현 정권과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주요 국정과제들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1호 공약 '코로나 대책' 제시했지만 시들…다음주부터 민생 행보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방역 조치와 손실 보상, 재정 대책 등이 시급한 우선순위로 꼽히는 가운데 인수위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코로나비상대응 특별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지만 사안의 중요도를 고려하면 윤 당선인이 코로나 현안을 직접 챙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 과정에서 1호 공약으로 '코로나19 극복 플랜'을 제시한 만큼 윤 당선인이 주도권을 잡았다면 주목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동산 TF를 구성해 부동산 세제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금융 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은 보유세 산정의 근거가 되는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도 2년 간 한시적으로 면제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24명의 인수위원 중 부동산 전문가가 한명도 없는 등 부동산 대책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 TF 구성 계획을 밝힌 것이다.
용산 이전 등을 두고 더 이상 정쟁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윤 당선인은 다음주부터 민생 현장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인수위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이 취임 전에 지역 민생 현장을 돌아보는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선거 기간에 국민께 드렸던 약속을 잘 실천하고 지역 발전 의지를 국정과제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