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특검은 국회 결정" → "검토해 볼 만"
박 장관은 2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장동 수사의 결론이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논쟁으로 지속되고, 그것은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검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 사실상 바라보는 각도는 다르지만, 거의 대동소이하게 얘기되고 있는 특검이나 상설특검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도 말했다. 지난 1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한 데 이어 거듭 특검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당초 박 장관은 지난해 11월 "특검은 기본적으로 국회가 합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특검 도입에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같은 발언을 한 지 약 2주 뒤에도 "특검 도입을 말하는 건 제가 지휘·감독을 하는 수사팀의 수사 결과를 부인·부정하는 형국"이라며 "결국은 국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상설특검을 도입하기 위한 두가지 방법이 있다.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 △법무부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이다. 후자의 경우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수렴한 뒤 특검 개시를 하고 이를 국회의장에게 통보하면 된다.
달라진 朴의 말…이유는?
박 장관의 미묘한 입장 변화를 놓고 민주당의 영향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3월 9일 대선 패배 후 특검 추진에 강하게 시동을 걸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속한 특검 도입을 위해 상설특검법을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다만 법조계 일각에서 박 장관이 직권으로 특검을 도입할 경우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검을 도입해야 할 정도로 대장동 수사팀의 중립성이 문제라면 왜 여태껏 법무부가 가만히 있었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도 장관 직권 특검 도입에 대한 명분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특검 구성과 수사 대상을 놓고 상이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여야 추천 인사 4명과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4명의 특검 후보를 여야 양당이 합의해 2명으로 줄여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자고 한다.
지방선거용 특검 vs 특검이 그나마 더 중립적
장관 직권으로 특검을 도입하는 방식에 대해 법조계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특히 박 장관이 언급한 '검찰 중립성'에 대해 확연히 다른 의견도 나왔다.검찰에 몸담았던 한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장관이) 내부적으로 민주당과 얘기가 됐으니 특검 도입에 불을 지피는 것"이라며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반면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완전히 중립적이지 못한 게 사실 아니냐. 중립성 측면에서 특검이 낫다는 점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특검 불가피론'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