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현실화' 계획 손본다…"늦었지만 세금 '과속 인상' 막아야"

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을 높이는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발을 맞추기 위함인데 급격한 세금 인상에 일단 제동이 걸리면서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국토부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경직적 운영된 측면…일정 부분 보완"

 
김수상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2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열람 및 부담 완화방안과 관련해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민재 기자
국토교통부는 23일 2022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면서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수정 방침을 밝혔다.

공시가는 재산세와 건강보험료 등의 산정 기준이다. 국토부는 지난 2020년 부동산 공시가격에 시세 반영 비율을 높이겠다는 내용의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비율을 90%까지 높이겠다는 것이 당초 국토부의 목표였다.
 
국토부 진현환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날 공시가격 발표 후 기자들과 질의 응답 과정에서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수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경직적으로 운영된 측면이 있다"며 "필요하다면 (연구)용역도 하고 공청회도 거쳐서 일정 부분은 보완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 이 부분(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재수립) 말고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실적으로 수정하는 부분 등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앞으로 인수위와 충분히 협의하고 당선인 공약에 여러 가지 보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정책 변경 방침은 뒤늦은 측면이 있다.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발표 당시에서도 시장과 학계에서는 '급격한 공시가 인상에 따른 세부담 급증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국토부는 "증세 논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으로 옳지 않다"(김현미 국토부 장관)고 일축했었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돌연 정책 변경을 예고한 것. 국토부는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보완 방안을 오는 2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집값·공시가 동시 급등에 세금 폭탄…정부·시장 모두 속도 조절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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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집값 급등에 따른 세 부담 완화를 위해 전년도 공시가 적용 등의 임시 대책보다 '공시가 로드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온 전문가들은 정부의 노선 수정을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토부는 이날 전년 대비 17.22%(전국 평균) 오른 2022년 공시가를 발표하면서도 1주택자에 한해서는 2021년 공시가를 적용해 세부담이 지난해보다 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일시적인 조치가 세 부담 급등의 진원으로 꼽히는 공시가 로드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공시가격이 지난해 19.05%에 이어 17.22% 급등했고, 목표 기간과 현실화 비율을 정해둔 상황에서는 내년에 올해 상승분이 적용되며 부담이 폭증하기 때문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임시 세금 완화보다, 전국 평균 변동률이 17.22%인 올해 변동률이 더욱 중요하다"며 "공시가 로드맵은 부동산 시장에 큰 변동이 없음을 전제로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로드맵을 그대로 둔 상황에서) 매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면 세금 급등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일방 독주, 세금 폭탄으로"…"이번엔 의견 수렴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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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수정 방침을 환영하면서도, 그동안 일방적이고 급격한 정책 집행에서 시장에 큰 혼란을 낳은 만큼 정책 수정이 이뤄진다면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경인여대 경영학과 서진형 교수는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다 보니 '조세 폭탄'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에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이 수정된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시가 조정이 세제 개편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줘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세무사인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우병탁 부동산팀장은 "'당장 세금을 얼마나 깎아줄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내년엔, 내후년엔, 5년 뒤엔 어떤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 되는 지를 예측 가능토록 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통합한다고 했는데 이때에 공시가 현실화 비율을 어떻게 할 것 등의 문제"며 "세제의 큰 틀을 제시하고 공시가 등 세부 계획이 이어져야 납세자들이 적절하게 과세가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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