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시대' 구상에 현 정부가 제동을 걸면서 20대 대선의 캐스팅보터였던 2030 청년들의 시선도 복잡하게 얽히는 모양새다. 대선 과정에서 청년층을 집중 공략했던 윤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에 몰두한 나머지 청년 정책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 추진을 둘러싸고 청년들은 일부 취지에 공감을 하면서도 '당장은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용산 시대' 구상이 신구 권력 대리전 양상을 띤다는 지적과 함께 제왕적 대통령제의 해체 노력이 오히려 불통 이미지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당선인을 뽑은 청년들조차 '청와대 이전'에 정치권이 과도하게 집중하는 현 상황에 대해 불만을 보였다. 이들은 청와대 이전 자체에 대해서 반대하지는 않지만, 당장 민생 등 현안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외대 재학생 홍모(27)씨는 "역대 대통령이 청와대를 탈피하겠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의미가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청와대를 옮기는 문제는 정치를 하는 어른들의 속사정이고, 당장은 일자리 등 민생 부분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취업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윤 당선인을 뽑았다"며 "지금처럼 뉴스를 켜기만 하면 청와대 이전 문제만 나오는 상황이 정상인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역시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인을 지지했던 직장인 황모(30)씨는 "한편으로 지난 두 대통령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점이 있으니 청와대 이전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쇄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너무 많은 예산과 노력을 써서 정작 중요한 부동산이나 대출 규제 완화 등 정책에 소홀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선 과정에서 청년 관련 공약을 연이어 내놓은 윤 당선인이 당선 후엔 청년 정책을 신경 쓰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연세대 대학원생 장모(28)씨는 "후보가 젊은 청년 상대로 공약을 내더니, 당선 후에는 청년 정책은 없고 청와대 이전하는 문제만 나온다"며 "또 청년은 '토사구팽' 당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업 잘 되는 편인 기계공학과도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청년 일자리에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사이의 세 대결이 돼버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씨는 "양 정당의 대립이 심각한 상태에서 야당 쪽에서 당선인이 나오면서 아무래도 갈등이 커지고 자존심 싸움으로 번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만난 정모(21)씨도 '용산 시대' 구상이 신구 권력 대리전으로 번지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서로 대화가 안 통하고 있다. 그냥 자존심 싸움이 돼버린 것 같다"며 "사실상 청와대 이전 여부가 국민에 도움이 될지는 이미 뒷전인 것 같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청와대 이전을 추진하지만 되레 '불통'의 이미지가 보인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직장인 황씨도 "소통의 공간으로 이전한다면서 들어간 국방부가 오히려 더 소통을 못하는 환경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윤 당선인은 "공간이 정신을 지배한다"라고 말하며 소통을 위해 국방부로의 집무실 이전을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서울대 대학원생 강모(33)씨는 "공간이 정신을 지배하는 건 맞지만 취임도 전에 집무실을 미리 갖춰놓으라고 명령하는 데에서 전형적인 '꼰대 마인드'가 엿보인다"며 "결국 청와대에 있으나 용산으로 옮기나 똑같을 거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강모(28)씨는 "청와대 이전을 굳이 당선인 신분일 때 이렇게까지 밀어부쳐야 하나 싶다"며 "휴전국에서 국방부를 하루아침에 이사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기자회견에서 국방부 벙커 위치도 친절하게 다 알려주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