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두고 정치권의 충돌이 심화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은 청와대의 '발목잡기' 때문에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는 공세를 펼치며, 임기 초 '통의동 집무실' 생활을 피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은 22일 청와대가 '용산 집무실 이전'에 제동을 건 것을 비판하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특히, 청와대가 '안보 공백'을 이유로 든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 중인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떤 안보 위기 상황에서도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연 적도 없는 그분들이 어느날 갑자기 잘 확인도 안 되는 방사포 쐈다고, NSC를 소집하고 안보 운운하는 이 자체가 굉장히 저는 역겹다"고 언급했다.
그는 "합참은 이전하지 않고 그 위치에서 현재의 대비태세를 유지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보 공백을 운운하면서 국민들께 불안감을 조성하고 호도하는 자체가 그들이 지금까지 해 왔던 그 행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대표도 페이스북에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그게 뭔지 확인을 못해주고, 북한과 협상한다고 한미연합훈련을 제대로 진행 안하고" 등 문재인 정부 시기 발생한 안보 위기 상황과 대응을 언급하며 "이런게 바로 안보 공백이다. 그리고 진짜 안보공백이 우려되면 태클 걸지말고 하루라도 빨리 협조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당 내에서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 정부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직접 이슈의 중심에 선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이슈로 차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서 이슈를 만들려는 의도가 만약 주변 참모들로부터 나오고, 그에 따라서 대통령이 움직인다고 하면, 굉장히 좋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원외 당협위원장도 "문 대통령도 집무실을 이전하려 하다가 갑자기 발목을 잡는다는 것은 정치 이슈로 삼아 다가올 선거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은 이러한 '발목잡기' 때문에 5월 10일 용산 집무실에서 임기를 시작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 측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에서) 5월 10일까지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씀하신 부분이 있어서 그 이야기는 어제 끝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전히, 윤 당선인이 청와대에 하루도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남은 선택지는 임기 초 '통의동 집무실'뿐이라는 것이 윤 당선인 측 생각이다. 현재 인수위 사무실이 위치한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은 대통령 집무실 용도가 아니기에 불편한 셋방살이가 될 전망이다. 리모델링을 거치더라도 업무 공간은 불충분하고, 경호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 측은 집권 초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용산 이전을 완수해 '제왕적 대통령제 탈피를 위한 집무실 이전'이라는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리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와 갑작스럽게 접점을 찾는 일이 없다면 통의동에 머물다가 용산으로 가는 것"이라며 "이외에 다른 방안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