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늘 전희철 감독님의 역할까지 하려고 했거든요. 작전타임 때 할 말도 준비했고, (안)영준이 던진 첫 슛이 안 들어가면 바로 극대노하려고 했습니다"
모두가 자리를 비운 코트에 최준용(서울 SK) 홀로 남았다.
서울 SK의 정규리그 우승 도전이 걸린 프로농구 정규리그 1-2위 맞대결이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취소됐다.
KBL은 22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1-2022시즌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SK의 홈 경기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KBL은 경기 시작 3시간 전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 사유로 서울 SK 선수단 코칭 스태프 구성이 어려워진 데 따른 조치"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취소 소식을 전달받은 SK 관계자들이 경기장을 정리하느라 분주할 때 SK의 간판스타 최준용이 코트에 나타났다.
1위를 달리고 있는 SK는 이날 2위 수원 kt를 상대로 정규리그 우승에 도전할 예정이었다. SK는 남은 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다.
김선형과 자밀 워니가 부상으로 빠진 SK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2위 kt를 상대로 안방에서 축포를 터뜨리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예상이 적잖았다. 하지만 최준용의 생각은 달랐다.
최준용은 "저는 감독님이 안 계셔도 우승할 생각만 하고 왔다. 감독님이 안 계신 자리에서 우승하면 역대급이긴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왔다"는 농담을 건네며 웃었다.
최준용의 농담 섞인 자신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SK는 김선형과 자밀 워니가 나란히 결장한 지난 6경기에서 4승을 수확했고 최준용은 이 기간에 평균 19.5득점, 6.5어시스트, 5.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의 중심을 잡아줬다.
최준용은 자신이 코칭 스태프의 역할까지 하겠다는 다부진 의지를 갖고 잠실에 도착했지만 SK는 전희철 감독의 이날 확진으로 이날 코칭 스태프를 구성할 수 없었다.
KBL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코로나19 사유로 엔트리 12명을 채울 수 없거나 모든 코칭 스태프의 경기 참여가 어려울 경우 경기 일정 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SK는 코칭 스태프 전원이 경기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KBL은 일정 연기를 결정했다.
최준용은 곧바로 퇴근이 가능했음에도 코트를 떠나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에게서 농구공을 받아 개인 훈련을 실시했다. 코트에는 최준용 혼자 남았다.
최준용은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언제 이렇게 또 혼자 운동을 해보겠나. 여기서 운동하는 게 재밌고 여기까지 온 게 아깝다"고 말했다. 올 시즌 가장 유력한 정규리그 MVP 후보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