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 측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용산 집무실에서 임기를 시작하기 위해 예비비 편성 등 청와대와 조율을 마쳐야 하는 데드라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에서) 5월 10일까지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씀하신 부분이 있어서 그 이야기는 어제 끝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장관회의에서 참석자들은 5월 10일까지 모든 기관 이동은 물리적으로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국방부, 합참, 청와대 모두 보다 준비된 상태에서 이전 준비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 측도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만큼 대통령 임기 시작점에 용산으로 집무실 이전을 완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인정한 셈이다.
다만, 윤 당선인은 청와대로 들어가지 않고 현재 당선인실이 위치한 통의동에서 업무를 볼 계획이다. 이 경우 윤 당선인의 자택인 서초동에서 통근을 하게 되며, 현재 집무실이 마련된 금융감독원 연수원도 일정 부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윤 당선인 측은 취임 이후 용산 국방부 집무실로의 이전을 다시 추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입주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용산 집무실 이전에 대한 원만한 협조를 거부한 청와대를 향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청와대가 통할하는 각 부처에 계신 분들과 의견조율을 사전에 진행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공감대를 가진 몇 안 되는 공약이니 업무 인수인계가 원활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과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김 대변인은 "저희는 일하고 싶다. 일할 수 있게 도와달라"며 "난관을 이유로 꼭 해야할 개혁을 우회하거나, 미래에 국민 부담으로 남겨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현 정부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당선인 대변인실은 "국민민생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5월 10일 0시부터 청와대를 개방하겠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 임기 만료 전에 시쳇말로 방을 빼라는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저희는 무서운 세입자가 아니다"라며 톤조절을 했다. 김 대변인은 "5월 10일 0시라는 것은 그날부로 윤 당선인이 대통령으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라 상징성을 갖고 책임감 있고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무시는 분을 어떻게 나가라고 합니까"라고도 말했다.
일단,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와의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에서 원하는 뜻이 무엇인지 저희에게 별도로 전달해주신다면 잘 숙의해보겠다"며 "(대통령-당선인 회동을 위한) 실무협상도 늘 열려있다. 굳이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며 결론을 예단하지는 않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