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용산구청장 "130년 견뎌온 용산, 개발 무산될까 참담"

성장현 용산구청장 "윤 당선자 집무실 용산에 오긴 오나?"
"대통령 집무실 옮기는데 지자체장과 아무런 얘기 없었다"
굵직한 용산 개발계획 차질 우려…윤·오 "추가 규제 없다"
美, 미군기지 반환 차일피일 미뤄…공원조성도 '깜깜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국방부 이전 발표를 두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작 행정관할인 서울시와 용산구에서는 '깜깜이 결정'에 불편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성장현 용산구청장(3선·더불어민주당)은 21일 서울시에서 용산역사박물관 개관 브리핑을 가진 자리에서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오긴 오는 거냐"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성 구청장은 "130여년 간 외국군이 주둔한 용산은 30만 용산주민들이 지역 개발과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었고 가까운 길 놔두고도 도심 한 가운데를 빙 둘러 가야했다"며 "대한민국의 안보와 자유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 130년을 용산이 그렇게 견뎌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미군 이전으로 용산을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힘든 과정이, 10여 년 이상 부지반환을 위해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가감없이 대화하고 중앙정부와 협의해왔는데,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온다면 이 역시 소통하고 지방정부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성 구청장은 계획된 용산 개발계획에 영향을 주거나 교통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에)들어옴으로써 계획된 개발계획이 무산되거나 위축될까 용산구 입장에서는 참담한 심정"이라며 "당선자가 추가 규제 계획이 없다고 말해 다행이지만 교통통제, 집회시위로 인해 삼각지 교통 불편은 불보듯 뻔하다. 지금보다 나빠져서는 안된다고 구청장으로서 강하게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21일 서울시에서 용산역사박물관 개관 브리핑을 갖고 있다. 김민수 기자
윤 당선자의 집무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서는 '지자체 패싱' 논란도 제기됐다.

성 구청장은 집무실 국방부 이전과 관련해 사전에 아무런 내용을 듣지 못했다며 "찬성이냐 반대냐 할 것도 없이 발표 사항이 뭔지 오늘부터 챙겨봐야 할 상황이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확정되면 경비계획을 종로경찰서로부터 이관받아야 하는 용산경찰서조차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용산서 관계자는 "사전에 집무실 이전 계획이 논의됐다면 대비를 했을텐데, 우리쪽에 전달된 지침이 없다"며 "구체적인 조치가 있어 경비계획으로 인한 관할 용산지역에 변화가 있다면 용산구청 등 관할 기관과 협의를 할텐데 그런게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같은 '깜깜이 결정' 분위기는 서울시에서도 감지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인수위와 언론을 통해 집무실 국방부 이전이 가시화 되자 발표 하루 전인 19일 인수위 사무실에서 윤 당선인을 만나 용산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신중론을 전달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 국방부 청사 인근에는 한강로1가 특별계획구역과 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 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다. 인근 국방부 청사에 집무실이 들어오면 고도제한으로 정비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서울시 측은 "집무실 이전에 따른 추가적인 도시계획 규제는 없다고 당선인이 말했고, 서울시도 그럴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윤 당선인을 찾아갈 정도면 서울시와도 집무실 이전에 대해 사전에 협의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윤 당선인과 오 시장이 만난 시간은 약 30분 정도로 이같은 면담 사실도 윤 당선인의 집무실 국방부 이전 발표 이후에야 공개됐다.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자 오 시장은 21일 종로구 창신·숭인 재개발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고 "일부 용산 주민이나 개발을 원하는 분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이전으로 생길 수 있는 건축 제한은 더 이상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충분히 공감대를 이뤘다"고 재확인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신속통합기획' 민간 재개발 후보지인 종로구 창신·숭인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시장은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쪽으로 옮긴다는 얘기가 나온 후부터 서울시는 용산 지역에서 진행 중인 각종 개발 사업이 건축 제한으로 인해 지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차원에서 검토했었다"고 말했다. 인수위 측에서 집무실 이전 사항을 협의해왔다는 말은 없었다.

이를 두고 서울시 안팎에서는 "광화문도 아니고 국방부 이전은 청와대의 기능이 완전히 바뀌고 수반되는 도시계획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도 있는데 서울시와 사전 협의가 없었을 가능성을 상상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시는 지난 3일 공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35층 높이' 제한을 폐지하고 '용도지역제'를 완화 할 방침이어서 그간 발이 묶여 있던 재건축과 주요 정비사업에 탄력을 붙을 전망이었다. 특히 한강변에 위치한 용산은 직접적 수혜지로 이번 대선에서도 야당(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표를 몰아줬다.

현재 용산 일대는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비롯해 용산공원, 신분당선 연장,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B노선 등 굵직한 사업들이 기다리고 있다.

반환되는 용산 국방부 앞 미군기지 부지를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생태공원화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발표는 과거부터 정부와 서울시, 용산구가 추진해온 계획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시작되는 미군 기지반환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실제 공원조성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말 '용산 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 변경계획(2021)'을 고시하며 기지 반환 시점을 2016년으로 하고 2027년 공원을 조성 완료하기로 한 기존 계획을 수정해 기지 반환 시점을 'N년'으로 설정하고 'N+7년 개원'으로 변경했다. 기지반환은 용산공원 전체 반환 예정부지 203만㎡ 중 약 10% (21만 8천㎡)에 그치고 있다.

한편, 윤 당선인은 5월 10일 취임식 직후 용산 집무실로 출근하겠다는 입장이지만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에서 안보공백을 우려한 사실상 반대입장이 나오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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