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서 촉발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한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1년여간 특별 단속을 벌여 수사한 결과 4천여명을 송치, 60여명을 구속하고 1500억원 이상을 몰수·추징보전했다.
현직 국회의원 6명도 부동산 투기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넘겨졌고, 이 중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은 구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특수본은 출범 이후 현재까지 총 6081명(1671건)을 내·수사했고, 혐의가 인정된 4251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중 혐의가 중한 64명은 구속했고, 입건 전 조사(내사) 및 수사 중인 인원은 773명이다. 나머지 1057명은 혐의 인정이 어려워 불입건·불송치로 사건을 종결했다.
투기 사범을 유형별로 나누면 자경 의사 없이 농지를 매입하는 '농지투기'(27.8%)가 가장 많았고, 주택투기(13.3%), 기획 부동산(11.5%), 내부정보 이용(9.8%), 불법 용도변경(9.3%), 불법 전매(8.5%), 명의 신탁(7.9%), 불법 중개(2.5%), 금품 수수(0.8%) 등이 뒤를 이었다.
불법으로 형성한 재산은 환수 처리가 됐거나 될 예정이다. 특수본은 총 1506억 6천만원 상당의 투기 수익을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내부정보 이용(1192억 8천만원), 기획부동산(257억 8천만원), 금품수수(31억 6천만원) 등 순이었다.
수사 대상자 중 전·현직 국회의원은 33명이고 자치단체장 등 고위공직자는 103명, 공무원 371명, 공공기관 151명(LH 직원 포함), 공직자 친족은 215명이었다.
특수본 수사 결과 현직 국회의원 6명이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넘겨졌다. 국민의힘 정찬민·김승수·한무경·강기윤·배준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정찬민 의원은 구속됐다.
수사 대상이었던 국회의원 33명 중 나머지 21명은 혐의없음·공소시효 경과 등 사유로 불송치·불입건됐다. 다만 전·현직 국회의원의 가족 6명은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넘겨졌다. 부동산 개발 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고위공직자의 경우 42명이 송치됐고, 이 중 6명이 구속됐다.
이외에도 이번 특별단속 계기가 된 'LH 3기 광명·시흥신도시'의 투기 일당을 포함한 전·현직 LH 직원 60명(구속 9명)이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넘겨졌고, 공무원은 197명(구속 11명), 공직자 친족은 97명(구속 2명)이 송치됐다.
이날 수사 결과 브리핑을 진행한 경찰청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등 불법행위는 물론이고 기획부동산 등도 집중 수사했다.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불법행위를 자행했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았다"면서도 "그럼에도 고질적·구조적 비리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5년 2기 신도시 부동산 특별단속 수사 결과와 비교하면 (적발한) 공직자 숫자가 24배 정도 더 많다"며 "당시 전체 단속 인원은 1만명이 넘는데 공직자는 27명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지역별 단속 현황으로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이 2984명(49.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남 416명, 대구 396명, 충남 390명, 전북 356명, 경남 340명, 세종 266명, 부산 252명, 경북 227명, 광주 158명, 제주 91명, 충북 61명, 울산 53명, 강원 50명, 대전 41명 등이었다.
앞서 경찰은 LH 임직원 투기 의혹이 터지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주도로 지난해 3월 10일부터 총 1560명 규모의 특수본을 편성해 특별 단속을 추진했다. 국수본 및 시도경찰청과 금융위원회, 국세청, 한국부동산원 등으로 꾸려졌다.
경찰청은 이날부터 특수본 운영체제를 '상시단속 체제'로 전환하고, 투기범죄 유형과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기획수사'를 병행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대규모 개발지역 관할 경찰서의 경우 부동산 개발 추진 일정에 따라 농지 부정취득, 기획부동산, 부정 청약, 불법 전매, 재건축·재개발 비리 등 투기 범죄를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부동산 투기 범죄가 근절되는 그날까지 엄정하게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보다 적극적인 신고와 협조를 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