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백혈병 파이터와 앤디 훅 ''슬픈 인연''

노부 하야시 백혈병 투병…백혈병으로 숨진 앤디, 생전 마지막 상대는 노부

2000년 8월 24일 일본 전역의 TV는 한 K-1 파이터의 죽음을 뉴스속보로 전했다. "오늘 오후 6시 21분, 앤디 훅이 36세를 일기로 숨졌습니다. 사인은 급성 전골 수구성 백혈병입니다"

故 앤디 훅(스위스)은 90년대 후반까지 K-1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파이터였다. 가라데 파이터론 최초로 K-1 월드그랑프리(96년) 정상에 올랐다.

토네이도 훅, 엑스킥(발뒤꿈치로 내려찍기) 같은 화려한 기술을 뽐냈다. 작은 키와 약한 펀치력, 많은 나이 등 온갖 악조건을 노력으로 극복해냈다. 무엇보다 이긴 경기에서 상대를 위로하고, 패한 경기에서 상대를 칭찬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녀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2000년 7월 7일 K-1 스피리츠에서 노부 하야시(일본)에 거둔 KO승은 그에겐 생애 마지막 시합이 됐다. 이날 경기 후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 앤디 훅은 정밀 진단 결과 급성 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에 들어갔다.

8월 24일 ''36살 인생''의 공이 울렸다. 앤디 훅은 치열하게 싸웠던 링에서 영원히 내려왔다. "병마를 딛고 반드시 일어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산소호흡기를 떼었다. ''닥터 스톱''에 의한 판정패였다.

◈ ''백혈병 투병'' 노부 하야시 "꼭 이겨낼게요"

이보다 더 가슴아픈 인연이 있을까.

앤디 훅의 마지막 상대였던 노부 하야시(31·일본)가 지난 1월부터 급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노부 하야시는 3월 14일 자신의 블로그에 병명을 공개했다.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1월부터 입원 중입니다. 초조한 마음도 있지만 올해는 치료에 전념할 겁니다. 경과도 좋습니다. 반드시 복귀할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려주십시오"

99년 K-1 월드그랑프리 재팬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노부 하야시는 일찌감치 네덜란드로 건너가 명문 차크리키 도장에서 수련했다. 그래서 ''역수입 파이터''로 불린다. 지금 차쿠리키 도장 일본 지부를 운영 중인데, 투병으로 인해 4월 중 도장 문을 닫을 예정이다.

그는 블로그에 투병일기를 꾸준히 써내려가고 있다.

"벚꽃 피는 봄입니다. 봄햇살을 맞으며 산책을 하고 싶네요. 예전엔 아무렇지 않게 했던 일들에서도 지금은 감동을 느낍니다. 사소한 것에서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니 행운이에요"(3월 21일)

"네덜란드 차크리키 도장의 트레이너 톰 하링크와 그의 아들 토미가 문병을 왔습니다. 네덜란드에서 함께 지낸 시간을 추억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죠. 톰 코치를 보니까 힘이 나더군요. 다음엔 병원이 아닌 밖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어요"(3월 21일)

"피터 아츠 최고! 좋은 시합 정말 고마워요. 내가 복귀할 때까지 톰 하링크 코치와 연습 잘 하고 있어요"(3월 28일)

아츠(39, 네덜란드)도 3월 28일 K-1 월드그랑프리 요코하마 대회에서 연장 접전 끝에 에롤 짐머맨을 꺾은 후 인터뷰에서 "K-1 동료 파이터 노부 하야시가 급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데 하루 빨리 완쾌해서 복귀하길 바란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노부 하야시는 지난해 7월 K-1 월드그랑프리 타이페이 대회에서 알렉산더 피츠쿠노프에 패한 후 링에 오르지 못했다. 비록 병상에 있지만 그의 마음은 잠시도 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병마에 대한 극복 의지도 강하다.

"차크리키 도장의 정신인 ''앞으로 전진, 앞으로 전진''을 가슴 속에 새기고 반드시 병을 이겨내겠다. 복귀해서 다시 링에서 싸울 것이다"

2000년 8월 24일, 앤디 훅은 일본 정도회관을 통해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의사로부터 급성 백혈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충격이 컸습니다. 이번 상대(급성 백혈병)는 제가 지금까지 싸운 상대 중 가장 강적입니다. 하지만 팬 여러분과 함께 제 인생 최대 강적과 싸워 꼭 이기겠습니다. 노력할게요"

이 메시지는, 이제 하늘나라에 있는 앤디 훅이 노부 하야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됐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