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에 몰린 '푸틴 곰'…BBC "방사 필요성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트위터
"진짜 문제는 그(푸틴)가 더욱 잔혹하게 강도를 높여서 사용할 준비가 돼 있는 무기의 수준을 끌어 올릴지 여부다."
 
한 달째로 접어든 우크라이나전쟁을 수행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심리상태에 대해 서방 관료가 BBC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최근 러시아군의 전쟁 양상을 놓고 보면 일리 있는 고찰이다. 
 
러시아군은 주말사이 초음속 미사일까지 사용하며 우크라이나를 글자 그대로 초토화시키고 있다.
 
19일과 20일 연 이틀 사용한 무기는 우크라이나 군사시설을 겨냥한 극초음속 미사일인 '킨잘'(Kh-47M2)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5(소리보다 5배 빠른 속도) 이상의 속도로 비행이 가능한 미사일로 미국, 러시아, 중국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무기경쟁의 중심에 있는 첨단무기다.
 
사정거리 2천km가 넘는 '킨잘'은 특히 핵탄두까지 탑재할 수 있다.
 
러시아군이 최근 들어 민간인 집단 대피시설까지도 무차별적으로 폭격하는 등 포악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 푸틴 대통령이 앞으로 생화학무기와 핵무기 사용으로 전쟁의 국면을 전환하지 않을까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푸틴은 유년시절 쥐를 잡던 이야기를 곧잘 했다고 한다. 
 
쥐를 쫓아 코너에 몰아넣었는데, 쥐가 되레 자신을 공격해와 도망쳤다는 것이다.
 
이제 푸틴은 자신이 어렸을 때 몰았던 그 쥐처럼 코너에 몰리고 있는 처지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아드리안 퍼넘 심리학 교수는 BBC와 인터뷰에서 "우려되는 것은 그가 악랄하게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예상 밖의 경솔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위험하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른바 '광인이론'(madman theory) 전략을 쓸 가능성도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침공 자체가 비이성적인 판단이라고 받아들여지는 만큼 그가 앞으로도 서방의 상상을 넘는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개연성은 어쩌면 더 높을 수 있다.
 
BBB는 해당 보도에서 그가 외부 정보에서 차단된 채 스스로 만든 거품 속에 고립돼 있다고 분석했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푸틴의 심리에 대해 "그는 수년간 불만과 야망이 뒤섞인 감정 속에서 살아왔다"며 "자기 생각은 더 굳어지고 다른 견해로부터의 고립은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미 제도적으로 핵무기 사용의 근거를 만들어 놓은 점은 더욱 주목된다.
 
핵전쟁의 위험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구종말 시계' 운영으로도 유명한 미국 원자력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지난 10일 "핵전쟁 위험이 우크라이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글을 공개한 바 있다. 
 
이 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020년 6월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두 가지 조건을 명시한 법령에 서명했다.
 
하나는 러시아 또는 러시아의 동맹국들에 대한 핵무기 또는 대량 학살무기 사용에 대한 대응, 다른 하나는 재래식 무기로 러시아가 침략당하거나 국가의 존재가 위협을 받을 경우로 명시했다.
 
즉, 두 번째 조건 '국가의 존재가 위협 받을 경우'은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내걸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다. 
 
서방의 전방위 제재로 국가 부도의 위기에 몰려 있는 현실이야말로 국가 존망의 충분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푸틴을 벼랑 끝에 내몰고 있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조지 WH 부시 재단 미중관계 선임연구원인 켄 데클레바는 "코너에 몰려 있는 약해진 푸틴은 더 위험한 푸틴이다"며 "곰을 우리 밖으로 풀어줘 숲으로 돌아가게 하는 게 더 나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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