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진단검사량이 평일보다 훨씬 적은 토·일은 확진자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19일(38만 1454명)과 20일(33만 4708명) 모두 1주 전에 비해 각각 2201명·1만 5475명이 적었다. 확진자가 매주 2배씩 급증하던 '더블링'의 완화를 넘어 이번엔 실제 환자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앞서 지난 14일 질병관리청은 오는 23일 전후로 유행세가 꺾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늘(21일)부터 사적모임 인원이 최대 6명에서 8명으로 확대되는 등 지속적인 방역 완화가 유행규모와 위중증·사망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의 확산추이라면 5월 말까지 누적 사망자가 2만 명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6명→8명, 유행 줄일 리 만무"···"중환자 곡선에도 영향 줄 수 있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사적모임의 상한선을 종전 6명에서 8명으로 2명 더 늘렸다. 식당·카페 등은 기존대로 밤 11시까지만 영업을 할 수 있다. 정부는 △거리두기의 효율성 저하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 등을 들어 거리두기를 소폭 완화하면서도 "전면적으로 풀기엔 아직 불확실성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또 전문가들과 질병청의 수리모델링 분석 결과를 토대로 늦어도 금주(3월 4째 주)에는 유행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 스스로 '최소한도'라 규정한 미세조정 수준이라곤 하지만, 거리두기 완화가 향후 방역상황에 더 마이너스가 될 위험이 크다는 게 방역·의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영업시간을 밤 10시에서 11시로 늦추는 거나 사람을 두 명 더 늘리는 거나 결국 메시지의 문제"라며 "(최대) 8명을 딱 채워 모인다는 것보다는 이제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일 거란 의미다. 어떤 식으로든 유행이 커지는 데 영향을 주지, 줄어들게 할 리는 만무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부터 유행은 (하루) 25만~35만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오래 갈 거라 예측했었고 그 구간에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예측모델대로라면 이번 주말(26~27일)이 지나면서 서서히 감소할 거라 생각은 한다. 그런데 자꾸 방역완화 메시지가 나오다 보니 계산을 매번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생각보다는 25만~35만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 더 길어질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환자 수가) 낮아지는 꼬리 부분이 짧아질 가능성은 있다"며 "전체적으로 어차피 감염자 수는 정해져 있다고 보기 때문인데, 집중적으로 환자가 많이 나오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방역과 의료체계는 견디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정책적 변화를 주더라도 최정점까지 시간은 얼마 안 남아있기 때문에 방역 상 무리한 영향까지 주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면서도 "중요한 건 지금 유행곡선의 증가가 잠깐 이뤄진다 해도, 그게 중환자 곡선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준비된 병상보다 초과될 위험부담이 있다"고 밝혔다.
60세 이상 고위험군, 전체 20%···4~5월 되면 3차접종 효과도↓
지난 15일 전체 신규환자의 15%(5만 4185명) 정도였던 60세 이상 확진자는 16일 17%(6만 7937명)→17일 18.3%(11만 3762명)→18일 18.5%(7만 5151명)→19일 19.4%(7만 4005명) 등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날에는 20.3%(6만 7878명)로 전체 대비 20%를 넘겼다. 신규 확진자 '5명 중 1명' 이상은 60세 이상 고위험군인 셈이다.
엄 교수는 "오미크론 유행 초기엔 60세 이상이 전체 감염의 12% 전후로 나오다가 점점 올라 20% 이상까지 나왔다"며 "6만 명이 넘게 나온 건데, 이 중 0.1%만 숨져도 사망자가 600명이다. 최근 사망자가 수백 명씩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명률이 낮아도 위중증 환자가 누적돼 사망하기 시작하면 300명대보다 더 올라갈 거다. 4~5월 초쯤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2월 이후로 (지금까지) 거의 5~6천 명이 사망했는데 5월이 끝날 때면 (누적) 사망자가 2만 명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2월부터 5월까지 120일 동안 하루 평균 200명씩만 사망해도 2만 4천 명"이라며 "참혹한 결과"라고 언급했다. 20일 0시 기준 누적 사망자는 1만2천428명인데 앞으로 두배 이상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미크론 유행이 감소세로 접어들어도 하루 10만 단위 유행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문제는 그 기간에 속하는 4~5월이 2차접종 3개월이 지나 3차접종을 조기에 마친 고위험군의 면역력이 저하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엄 교수는 "4~5월이 되면 3차접종 효과가 점점 떨어져 고위험군의 사망이 더 많아질 수 있다. 2월 이전 3차접종을 받은 분들이 3개월을 넘기는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높은 접종률·낮은 치명률'에 안일한 대응···"델타 때 방역 유지했어야"
그간 정부는 오미크론의 전파력은 델타 변이보다 두세 배 이상 높지만 독성은 그에 반비례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박향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최근 4주간 치명률은 0.1%보다 낮게 나오고 있다. 현재 단기 치명률에 있어서는 계절독감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방역을 조여 유행규모를 통제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는 실책을 범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엔 오미크론의 위험성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대국민 메시지 결여도 포함된다.
정재훈 교수는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확산세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미 몇 주 전 얘기"라며 "유행이 언제 끝난다는 것은 정의하기 불가능하지만, 당분간 지금 정도의 확진규모가 서서히 떨어지면서 유행규모가 상당히 오랫동안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교수 또한 "한 달 전부터 이제는 아무 것도 안 되는 상황이 됐다. 브레이크를 건다고 (무조건) 걸리는 게 아니다"라며 "(신규환자) 3만 명이 나올 때부터 이미 못 거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유례 없을 정도로 높은 백신 접종률, 그리고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다는 명제에 너무 속아버린 것 같다"며 "(방역완화) 속도 조절이 안 됐을 때, 대량의 환자가 발생했을 때 어떤 피해가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가 별로 고민이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행) 도중에 무언가 조치를 해서 될 일 같으면 그렇게 (거리두기 완화를)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미크론 유행이) 두 달째 되다 보니 간호사들도 지쳐서 줄줄이 사직하고 있다. 지금은 (방역) 성적표를 그냥 그대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확진자 폭증으로 주간 이동량이 줄고 있는 점, 재택치료 중인 격리자가 214만여 명에 달하는 점 등을 들어 방역 완화가 경제 회복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델타 유행을 잡을 정도의 방역을 유지한 상태로 갔어야 한다"며 "물론 (유행)구간은 7~8월까지 더 길어졌겠지만 과연 지금처럼 (완화 기조로) 가는 게 우리 사회체계나 의료대응체계의 입장에서 옳은 선택이었나, 하는 고민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고위험군에 위중증·사망자가 집중되고 있는 만큼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중증·사망 규모가)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초과하지 않을 것인지, 치명률 자체의 변화는 없는지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며 "(팍스로비드 등) 경구용 치료제를 최대한 확보해 고위험군 환자에 효과적으로 투약하고, 중환자 병상의 지역 간 불균형 문제 및 병상 점유율이 높아져 이송이 어려워질 때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