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시민들은 무엇보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갑자기 결정된 데 의문을 표했다. 당초 윤 당선인은 '광화문 집무실' 공약을 내세웠지만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판단, 일주일도 안 되는 사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방향을 틀었다.
국방부 청사 근처 먹자골목을 친구들과 십수 년 동안 즐겨 찾았다는 김선만(55)씨는 "우리 공간이었는데 빼앗긴 느낌"이라며 "앞으로 이쪽에 시위가 많아질 텐데 더는 못 올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청와대에 북한과의 핫라인, 온갖 시설 기반이 다 있는데 굳이 용산에 오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합참의장이나 군사 대통령도 아니지 않느냐"라며 "차라리 세종으로 가는 게 낫다"고 전했다.
이모(55)씨는 "인수위에서 (이전 비용이) 500억 원 들 것이라 예상했는데 예상은 다 뛰어넘기 마련"이라며 "재정 낭비"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청와대를 돌려준다는데 국민 누가 청와대 돌려달라고 데모라도 했느냐"고 되물었다.
20년째 삼각지에 사는 주민 A(64)씨는 용산 집무실 장소 결정이 '일방적 통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통한다면서 삼각지로 올 때 주민 의견 수렴 등 한 마디 상의가 없었다"며 "소상공인들은 다 죽어가고 오미크론 때문에 경제는 파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윳값 올라 시민들은 정신없이 힘든데 이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토로했다.
주말을 맞아 맛집 거리에 놀러온 조성훈(31)씨와 김모(27)씨는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씨는 "민주당에서 이전 비용이 1조 원이 넘게 든다고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윤석열 당선인이 신청했다는 예비비 400억 원은 합당해 보인다"며 "동네가 노후화됐는데 주변 정리도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국방부 청사 주변 상인 중 일부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청와대 직원 등 유동인구가 많아져 상권 활성화를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호로 인한 제재와 교통 불편으로 인한 우려도 컸다.
수년째 청사 근처에서 상점을 운영해온 B(73)씨는 "(집무실 이전을) 안 좋게 생각한다. 교통 문제도 있고 대통령 경호 때문에 야간에 사람들이 제대로 돌아다니겠느냐"며 경직된 분위기로 상권이 침체될 것을 걱정했다.
음식점 사장 C(59)씨는 "땅 있는 사람들은 재개발이 안될까봐 걱정하고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국방부 규모가 4~5천 명으로 더 큰데 청와대 직원들로 대체되면 손님은 더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며 "국방부 실무진이 아닌 직급 높은 청와대 사람들이 왔을 때 일반 사람들은 멀리 가서 장사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