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은 최근 출입 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김 총장을 겨냥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압박하자 하루 만에 내놓은 대답이었다. 사실상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는 의지로, 정치권 일각의 자진 사퇴 요구를 일축한 셈이다.
김 총장이 사퇴 거부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검찰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대선 정국 내내 잠잠했던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김 총장 입장문을 계기로 표면화되고 있다"며 "그간의 행보에 책임지고 자진 사퇴하는 게 맞다고 보는 쪽과 검찰의 독립성 차원에서 임기를 채워야 한다는 쪽의 의견이 팽팽하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기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를 두고 조직 내부가 예전보다 뜨겁게 달아오른 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검찰총장도 직을 내려놓는 게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져 왔지만, 직전에 총장을 지낸 윤 당선인이 이같은 정치적 전례를 따르는 게 맞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실제로 대선 이후 친정부 성향 검사들을 향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사퇴 움직임은 아직까지 읽히지 않는다. 윤 당선인의 총장 재직 시절 개별 사건을 두고 갈등을 빚거나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을 도와 징계 국면을 주도한 검사들이 대표적이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비롯해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 신성식 수원지검장,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등 대부분이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 요직을 꿰찼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검찰 '학살 인사'를 반복하지 않을 거란 기대감도 이들의 '버티기'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 전 장관 당시 검찰 인사로 '손발이 모두 잘렸다'고 평가받은 윤 당선인이 재차 같은 방식으로 검찰 조직을 흔들기에는 역풍이 만만찮을 거라는 시각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보복성 인사의 부당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일부 좌천된 검사의 복권은 이뤄지더라도 추미애 장관 때처럼 총장의 손발을 자르는 대거 학살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다른 검찰 인사는 "현 정권에서 승승장구한 친정부 검사들이 좌천되는 건 보복 인사가 아니라 망가진 검찰 조직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