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경기지사 선거를 준비해온 여·야의 기존 예비주자들은 거물급의 '낙하산 공천' 가능성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본후보 선발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지방선거 요지 "탈환이냐 사수냐", 거물급 등판 임박?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두 차례 대선을 치른 국민의힘 유승민 전 국회의원과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와 단일화했던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의 경기지사 등판설이 힘을 얻고 있다.
경기도는 전국 시·도 가운데 유권자(1143만여 명)가 가장 많은 데다, 이인제·손학규·김문수·남경필·이재명 등 전직 지사들이 재직 당시 유력 대선주자로 꼽혔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의 최대 요충지이자 대권가도를 향한 교두보로 여겨지면서 후보들의 체급도 한층 높아지게 됐다.
이른바 '빅맨(Big Man)'들이 물망에 오르는 이유다.
이에 따라 인지도가 높고 개혁보수 인사로서 중도층 확장성이 있는 유승민 차출설이 떠올랐다. 유 전 의원 본인도 경기지사 선거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조만간 판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참패했기 때문에 이번엔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도민들의 민심 등을 고려해 이달 말까지는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경기도에서 5%P 우위를 점한 덕분에 지난 대선에서 역대 최소인 0.73%P차 초박빙 대결을 펼칠 수 있었던 만큼, 경기지사를 사수해 반격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이런 맥락에서 등장한 게 김동연 대표의 '경기지사 후보 활용론'이다. 대선에서 민주당과 호흡을 맞춘 김 대표와 또 다시 후보 단일화 등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 스스로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주대 총장과 30년 경기 거주 이력으로 출마권유를 받았다"면서 "여러 가치를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할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새로운물결 한 관계자는 "주말(19~20일) 동안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모아진 의견 등을 고려해 이르면 이번 주 중 김 대표가 직접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역연고 없이"…국힘 주자들 '경계심' 고조
그러나 대선급 주자들의 등장에 경기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해온 정당별 후보군은 일제히 견제와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본선 후보 선정까지 치열한 내부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의힘에서는 최근 경기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한 전직 도내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유승민 등판설에 경계심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당에서 가장 먼저 경기지사 출사표를 던진 함진규 전 국회의원은 "철새처럼 욕심만으로 오면 도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대선 욕망으로 도지사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18일 SNS에서 출마의사를 밝힌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도 "공정을 내세워 정권교체를 이뤘기 때문에 특정 후보를 전략공천 할 명분이 없다"며 "나오더라도 경선은 필수"라고 했다.
경기·서울 저울질에…민주당 후보군 '반발'
민주당의 경우, 다른 당 인물로 단일화하는 방안 자체에 대해 당내 후보군의 반발이 거세다. 김 대표가 대선 파트너였다는 이유만으로 거래하듯 후보 자리를 내줄 순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김 대표가 경기지사에 출마하더라도 합당을 하지 않는 한, 민주당에서 후보를 내면 100% 여론조사 등 단일화 과정에서의 경쟁과 마찰을 피하기 힘든 구도다.
지역위원장직을 사퇴하면서 사실상 출마를 공식화한 안민석(오산), 조정식(시흥을) 국회의원도 "경기지사와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한다"며 김 대표를 겨냥해 잇따라 견제구를 날렸다.
안민석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기존 안철수 위원장처럼 간보기 정치를 하는 것 같다"며 "이런 식은 구태이고 서울이든 경기든 경선을 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정식 의원 역시 "경기지사를 노리려면 경선부터 해야 된다"며 "대선까지 치렀으니 민주당 후보가 뚜렷하지 않은 서울시장에 도전하면 될 텐데 왜 경기를 쳐다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지사 대선급 상징성, 경쟁 과열 불가피"
전문가들은 대선 직후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민심의 향방을 가늠하고, 전국적인 승패를 좌우할 상징성이 있는 경기지사 선거에 전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로 인해 각 진영을 대표하는 최종 후보를 결정하기까지 어느 때보다도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는 의견이 뒤따른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김문수, 남경필 등 보수당의 경기지사를 되찾기 위해 국힘이 힘을 많이 줄 것"이라며 "빅맨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당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도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 만회를 위해 공천부터 불꽃 튀는 경쟁이 예상된다"며 "정권 심판론에 얽매이지 않는 참신한 인물을 내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