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부하직원의 등을 쓰다듬고 발을 만진 남성 군인에게 군사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0일 여성계와 군사법원 등에 따르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군인등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군인 A씨에게 지난해 5월 26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10월 19일 경기도 용인의 한 식당에서 군무원 B(여)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시 회식 자리에서 자신의 왼쪽에 앉은 B씨의 등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고 발을 한차례 주무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B씨가 발을 빼자 다시금 한차례 손으로 발을 주무른 혐의를 받는다.
A씨와 그의 변호인은 이런 행위를 한 사실이 없고, 신체적 접촉이 있다 해도 강제추행의 고의가 없어 군형법상 강제추행이 아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수사단계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의 경위, 방법, 당시 상황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주무른 부위, 주무른 방법, 당시 느낀 기분 등 주요한 부분에 있어서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 B씨가 사건 발생 직후부터 피해 사실을 이미 여러 사람에게 이야기했으며, 이 사건 범행 당시 A씨와 아무런 갈등이나 문제가 없어 허위로 피해를 지어내 이야기할 만한 동기나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봤다.
재판 과정에서는 발이나 등을 만졌다고 했을 때 과연 추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신체 부위가 추행의 범죄 성립 여부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면 성적 매력이 없는 발이나 등을 만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손바닥으로 등을 쓸어내리는 행위와 발과 같이 일상에서 우연히 타인에게 노출되기 힘든 신체 부위에 대한 접촉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기 충분하고 선량한 성적 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를 추행한 것에 대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전면 부인하면서 피해자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에게 전과가 없고, 추행에 있어서 유형력 행사가 경미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발이나 등을 만졌을 때 추행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박윤숙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소장은 "성적 부위를 따로 규정하고 피해자의 수치심 정도를 판단해 이 정도의 행위가 엄중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한다면 여성의 성적 수치심을 성적 부위로 개별화하는 것"이라며 "성폭력이 사회구조적 문제이고, 권력관계 속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폭력임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이어 "피해자의 피해는 가해자의 행위 범위에 의해 그 피해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의 불쾌감이나 모멸감은 개별신체 부위, 행위 정도가 아닌 여성의 몸에 대한 인격권에 대한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